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권한, 권력은 좋고도 나쁘다. 때로는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이다. 칼자루를 쥔 사람의 태도에 따라 소의 목을 찌르기도, 무·배추를 자르기도 한다. 칼은 강도에게도 필요하고 천사에게도 필요하다. 정치인이 그런 칼과 같은 권력을 잡았다고 함부로 사용해선 안 된다. 그 권력 또는 권한을 누구에게서 받았느냐에 따라 행사할 대상 또한 다르다.

국가에서 받은 권력 다르고, 정치집단인 정당 등 특정 집단에서 받은 권한이 다르다. 적법한 권력·권한이 있는가 하면 부당한 권력·권한도 있다. 누구에게서 위임받은 권한·권력이 됐든 중요한 점은 국가를 위하고 국민을 사랑해야 한다.

권한이나 권력 위에 군림해 국민을 사랑할 줄 모르고 권력·권한을 행사, 재물을 탐한다면 그것은 의관을 갖춰 입은 도둑일 뿐이다. 도둑 말 듣지 않으려면 권력의 자리에 있을 때 더욱더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 참다운 권력이 무엇인가를 똑똑히 보여 줘야 한다. 

다시 말해 권력이라고 모두가 권력이 아니다. 잘못 사용하면 강도 손에 쥐어 준 칼이 된다. 이는 곧 권력 이름이 붙은 범죄 도구다. 지난날 권력을 도구로 한 강도·도적이 적지 않았다. 잔칫집 쓰레기처럼 많았다. 그 중 국가통치권이란 칼을 든 강도도 없지 않았다. 주의할 점은 특정 지역을 무대로 하는 폭력집단, 각종 모임, 국가가 인정하는 정당이라는 정치집단, 그런 집단이 만들어 낸 칼, 그 칼로 국가 권력에 맞서 적절하지 못한 언행으로 사회를 어지럽히는 짓, 때로는 그 집단이 일부 국민을 선동해 국가질서를 문란하게 하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진정한 정치인 또는 정당이라면 국가질서가 실종돼 국민 다수가 고통받는 일을 지지하거나 방관해선 안 된다. 그런 행위를 지지하거나 방관하는 사람이나 정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가면을 뒤집어쓰고 권력을 노리는 악마다. 악마의 교활함에 선량한 국민들은 깜박 속는다. 

혹자는 국가가 아닌 집단에서 위임받은 권한은 물론 그 집단의 보호 아래 국민이면 너나 없이 지켜야 하는 법을 지키기는커녕 국토 곳곳을 다니며 똥을 뿌리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곳저곳에 오물을 쏟아붓기도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지지자들 등에 올라타 망나니 춤추듯 날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그 짓을 보고 누가 뭐라 할까마는, 국민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생각을 지닌 사람이면 자중해야 한다. 멍청이가 아니고서야 그런 짓 하지 않겠지만 걱정스러워 하는 말이다. 어떠한 권한이 됐든 국민 다수에게 위임받았거나, 특정 정치집단에서 보장받았거나 따위를 차치하고 보장해 준 그들을 믿고 강도·망나니짓을 해선 안 된다.

삶! 무엇을 했느냐가 아닌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하다. 황희 정승이나 맹사성 같은 청백리의 삶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 볼 일이다. 1970년대 서울 장충동 주택가를 무대로 도둑질을 하다 절도죄로 징역을 살았던 범인이 법정에서 했다는 말, "도둑·강도는 자신이 아닌 권력을 가진 사람, 부자 그들"을 새겨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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