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토록 따뜻한 바닷물 위에 아무런 노력도 없이 둥둥 떠 있는 속 편한 삶이란 없으며, 혹여 그 비슷한 것이 어딘가 존재한다면 장담컨대 그 삶의 이름은 행복이 아니라 권태와 무기력일 것이다."

책 읽기보다는 ‘소설 읽기’를 좋아하는 기자가 지난해 마지막으로 집어 든 책 속 구절이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굉장히 다양하지만, 이 책은 작가의 말이 인상 깊어 골랐다.

작가는 인터넷에서 우연하게 ‘실패한 사람이 다시 성공하는 이야기를 추천해 달라. 지금 자신에게는 그런 이야기가 너무 필요하다’는 글을 읽고 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하루에도 크고 작은 실패를 몇 번씩 경험하고, 당시 그런 실패들이 버겁게 느껴지는 기자를 솔깃하게 만드는 작가의 말이었다.

책에서는 중년 남성이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끊임없이 사업을 벌이고 실패하고 변화를 시도하고, 또 실패하는 모습을 그렸다.

주인공인 ‘김성곤’은 사소한 변화들로 인생을 회복하려고 노력하지만 실패와 성공을 쳇바퀴처럼 반복한다.

기자는 실패해도 일어나는 과정 속에서 깨달음이 있는 확실한 해피엔딩인 소설을 읽고 싶었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도 계속해서 실패를 반복하는 김성곤을 보며 답답하고 불편했다. 현실과 다름없다고 느껴져서일까.

책 속 주인공은 망하기도 하고, 성공하기도 하고, 의지를 갖기도 하고, 다 포기하기도 한다.

기왕 소설 속 인물인 김에 대단하기는 어려운가 하는 생각도 잠깐 스쳤다.

그러나 곱씹어 보면 김성곤은 계속되는 실패 속에서도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지치고 주눅 들기도 했지만 결국 새로 시작했다.

힘든 일도 좋은 일도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게 일상이지 않을까. 찬란하게 밝다가도 지독하게 힘든 일이 반복되는 게 일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위로가 되는 부분은 어떤 순간이든 다 지나간다는 점이다. 기쁘고 화려한 순간도 지나가지만, 어둡고 막막한 순간도 지나간다는 사실 말이다.

시간이 흐른다는 게 문제가 해결됨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영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큰 위로가 된다.

포기하고 둥둥 떠 있지 않고 작은 손짓이라도 하며 파도 속에서 흐르는 대로 잘 맞서며 살아가길 바란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