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철 분당제생병원 신장내과 과장
정윤철 분당제생병원 신장내과 과장

지금까지 통계를 보면 만성 신장질환 빈도는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게 분명하다. 이 질환은 신장 기능이 서서히 나빠져 나도 모르는 사이 말기 신부전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만성 신장질환은 5단계로 분류하는데, 3단계(신장 기능을 나타내는 사구체여과율이 30~59mL/1분)까지는 증상이 거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구체여과율(GFR)은 신장이 1분 동안 깨끗하게 걸러 주는 혈액의 양을 의미하며, 정상은 1분당 90~120mL 정도다.

만성 신장질환 5단계는 말기 신부전에 해당, 투석 치료(또는 신장이식)를 시작해야 한다. 2022년에만 투석을 시작한 사람 수가 1만6천 명을 넘었고, 신장이식을 받은 사람도 2천여 명에 이른다.

국내에서 현재 투석을 받는 환자 수는 13만여 명이다. 적절한 시기에 투석 치료를 하지 못하면 신장을 통한 수분과 노폐물 배설이 이뤄지지 않아 식욕부진과 부종, 호흡곤란 등이 발생한다.

심장기능상실과 협심증, 뇌혈관질환 등 합병증이 늘어나고, 그에 따른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고령이거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이 동반되면 사망률은 더욱 높아진다. 이에 따라 만성 신장질환의 1~3단계에서 신장내과 전문의의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받아 신장 기능 악화를 지연시켜야 한다. 그래야 투석 시기를 늦추고, 투석을 받게 돼도 미리 계획해 응급 투석의 위험성과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만성 신장질환 환자들은 신장내과 전문의(또는 투석 전문의)와 상담해 신장질환 관리와 치료, 투석 상담을 받는 게 매우 중요하다.

2013년 전국대학병원 협동 연구에서 조기(투석 시작보다 1년 이상 전)에 신장내과 전문의에게 진료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한 연구를 보면 투석을 시작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62개월 대 3개월로, 조기에 신장내과 진료를 받은 경우 훨씬 길었고 생존율도 2.38배 더 높았다.

2015년 70대 이상 투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서울대병원 연구에서도 조기 의뢰 환자의 사망률이 2년간 24% 감소했고, 첫 3개월은 58%가 감소했다. 게다가 만성 신장질환은 단일 질환에서 의료보험 지출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 적절한 신장내과 진료가 이뤄지면 환자 부담도 덜고 보험재정 지출도 줄인다.

2014년 말기신부전 임상연구센터 연구 결과에서도 투석 시작 전과 후의 1개월 의료비용이 조기에 신장내과 진료를 받은 환자에게서 12% 감소한다고 나타났다.

만성 신장질환에 소요되는 의료보험 재정이 한 해 2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 비춰 보면 아주 큰 차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만성 신장질환들은 대부분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하는 데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므로, 신장질환으로 진단되더라도 중도에 진료를 포기하거나 신장내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에게서 간단한 검사만 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만성 신장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당뇨병과 고혈압인데, 가까운 병·의원에서 이에 대한 치료만 하고 신장 검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 대학병원이나 큰 종합병원에 가야 하는데, 복잡한 진료환경 때문에 가기가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여기서 대부분 사람이 잘 모르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신장내과 전문의들은 우리 주변 개인 의원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수많은 투석 환자를 다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수의 신장내과 전문의들이 투석 전문 개인 의원들을 개원해 치료한다. 그러므로 투석을 전문으로 하는 의원에 가면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신장내과 전문의를 쉽게 만난다. 복잡한 큰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동네 의원에서도 제대로 된 신장질환 관리를 받는다는 얘기다. 이는 만성 신장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희소식이다. 신장내과 전문의(또는 투석 전문의)가 근무하는 병원은 대한신장학회 홈페이지의 ‘투석 전문의·인공신장실 찾기’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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