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피싱 (PG). /사진 = 연합뉴스
보이스 피싱 (PG). /사진 = 연합뉴스

"고객님, 더 좋은 조건의 대출로 대환해 드릴게요."

직장인 30대 김모 씨는 최근 A저축은행에서 이 같은 내용의 대출 전환 연락을 받았다.

김 씨는 5개 은행에서 모두 5천만 원의 대출을 받은 터라 솔깃했다. 더욱이 김 씨가 받은 대출금리는 10% 수준이다.

자신을 A저축은행 대출담당자라고 밝힌 B씨는 김 씨에게 "현재 각 은행에 10%가 넘는 이자를 내는데, 6∼8% 금리 수준에 모든 대출을 하나로 묶어 주겠다"고 유혹했다. 그러면서 "대환대출 전환은 전화상으로 어려워 직접 만나야 한다"며 약속 날짜까지 정했다.

김 씨는 자신의 대출금액과 금리까지 세세히 알아 큰 의심을 하지 않았다.

약속한 날짜가 다가오면서 금리를 낮추리라 기대했던 김 씨는 혹여나 하는 생각에 금융기관에 다니는 지인에게 연락,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지인에게 돌아온 답은 "보이스피싱이니 당장 연락을 끊으라"는 충고였다.

40대 이모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씀씀이가 헤픈 이 씨는 제2금융권에서 약 4천만 원의 대출을 받은 상태다. 남은 상환 기간은 5년이다.

얼마 전 금융회사 직원이라는 C씨에게서 "낮은 신용도를 올려주고 대출금도 제1금융권으로 전환해 주겠다"는 전화가 왔다.

신용도 상승과 제1금융권 대출 전환이라는 말에 넘어간 이 씨는 C씨가 알려 준 대출금과 신용등급을 한눈에 확인한다는 애플리케이션을 휴대전화에 설치했다.

더욱이 "정확한 확인을 위해선 개인정보가 필요하다"는 C씨 요구도 의심없이 받아들여 개인정보를 모두 전달했다.

하지만 C씨 요구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신용등급 상향을 위한 예치금과 수수료, 대환대출을 위한 대출잔액(4천만 원)의 10% 선입금을 추가로 요구했다.

이미 C씨를 신뢰한 이 씨는 문자메시지로 받은 계좌로 400만 원을 보냈다.

입금 후 최대 3일 안에 관련 절차를 마치고 연락하겠다던 C씨는 깜깜무소식이었고, 이 씨가 그의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하자 "없는 번호입니다"란 말만 흘러나왔다.

이처럼 정부 지원 채무통합 대환대출 서비스와 맞물린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린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주로 대출 고객이 이미 빌린 제2·제3금융권 대출 따위를 먼저 상환해야 대환대출이 가능하다고 안내한 뒤 기존 대출금 상환 명목으로 돈을 건네받아 잠적한다.

또 대출 고객과 비밀리에 만나 대환대출 신청서를 작성하도록 한 후 "대환대출을 위해선 대출금의 30∼40% 수수료를 먼저 내야 한다"고 속인다.

최근 3년간 경기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보이스피싱 1만3천529건 가운데 대환대출 형식 보이스피싱이 8천998건(66.5%)으로 절반을 넘었다.

김동인 경기남부청 수사2계장은 "대환대출과 관련해 그 어떠한 금융기관도 대출 고객에게 전화나 문자로 광고하지 않는다"며 "보이스피싱 발생 시 금융회사 콜센터나 보이스피싱 통합신고 대응센터에 연락해 계좌 지급 정지와 피해 구제를 신청해야 한다"고 했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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