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생활규제 부문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대형마트 영업규제 합리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생활규제 부문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대형마트 영업규제 합리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제도 폐지 방안이 발표되면서 경기도내 지자체들이 어렵사리 제정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관련 조례가 모두 용도 폐기될 상황에 처했다.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자 도내 각 지자체가 수많은 논쟁 끝에 마련한 제도가 일순간에 효력을 잃게 되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지방자치제도 근간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불가피해졌다.

23일 기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지난 22일 서울 동대문구 홍릉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2012년 제정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구청장은 매월 이틀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정해야 한다. 원칙상 공휴일로 지정해야 하지만, 이해당사자와 협의를 거치면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 가능하다는 내용의 예외 조항이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은 각 시·군 자치권이 규정하는 자치사무인 셈이다.

현재 도내 수원·용인·성남 등 17개 시·군은 일요일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규정한 반면 고양·안양·오산·김포·과천 등 14개 시·군은 평일을 의무휴업일로 했다.

각 지자체는 지역 여건과 지자체장 의지에 맞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정했다. 수원시는 소상공인과 대형마트의 상생, 대형마트 근로자 휴일 보장을 이유로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했다. 반면 고양시는 당초 법이 제정된 2012년에는 의무휴업일을 일요일로 했지만, 주민들에게서 불편하다는 민원이 빗발치면서 2015년 조례를 개정해 매월 둘째·넷째 주 수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정했다.

각 지자체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규정하는 조례를 제정할 때 수차례 논의와 함께 격한 반대에 부딪치는 진통까지 겪었다. 일부 지역은 조례를 제정했음에도 대형마트가 제기한 집행 정지 소송 탓에 한동안 조례 자체가 무산되기도 했고, 대형마트가 헌법소원까지 제기하며 부당하다는 의견을 개진하면서 충돌을 빚은 적도 있다. 이후 지자체와 대형마트, 소상공인 간 수차례 논의를 거쳐 현재 지자체별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제도가 정착한 상태다.

그러나 정부가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일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각 지자체와 대형마트, 소상공인이 그동안 숙의를 통해 도출했던 17개 시·군의 조례 자체가 사문화할 위기에 놓였다. 더구나 지방자치를 지속 천명해 온 정부는 이번 방침을 발표하기 전 각 지자체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과 관련한 의견을 묻지 않았다.

이에 정부의 이번 조치가 지방자치를 침해한다는 지적과 함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과 관련해 지자체 역할을 유지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A지자체 관계자는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제도 효과가 지역별로 다르다는 점을 정부가 고려해야 한다"며 "각 지역이 숙의를 거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결정했는데, 정부가 일률 폐지하는 방안은 적절치 못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김기웅 기자 woo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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