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70여 일 앞둔 인천에 ‘낙하산’ 인사들이 대거 몰려온다.

23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당내 주요 인물이나 당 전략에 필요한 외부 인사들이 인재 영입 또는 전략공천을 명분으로 잇따라 인천지역에 출마한다.

특정인을 겨냥한 저격수 공천 또는 당협위원장이나 현역 의원이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유명세를 앞세운 낙하산 인사들이 대거 몰릴 전망이다.

저격수 공천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있는 계양을에 집중된다. 국민의힘은 이곳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출마를 사실상 결정했다. 이 대표를 겨냥한 공천으로 불린다.

원 전 장관은 지난 16일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인천과는 연고가 없는 인물로, 단지 당 전략에 따라 출마가 결정된 대표적인 낙하산이다. 국민의힘은 2022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계양을 보궐선거에 인천에 연고가 없는 이재명 후보가 공천되자 낙하산 인사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당내 비판도 거세다. 현재 계양을에서 총선을 준비하는 같은 당 윤형선 계양을 당협위원장은 원 전 장관 출마를 두고 전형적인 ‘낙하산 공천’이라고 비난했다.

더불어 이낙연 전 대표까지 계양을 출마설이 나온다. 이 전 대표마저 계양을 출마가 결정되면 계양을은 낙하산 인사들의 접전지로 전락할 모양새다.

인천 서갑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영입 1호 인사인 박상수 변호사가 출마를 선언했다. 박 변호사는 24일 서구청에서 출마선언식을 진행한다. 박 변호사는 서울 출생이고 유년 시절을 서구 가좌동에서 보냈다고는 하지만 지역에서는 낙하산 인사로 분류하는 모양새다.

더 큰 문제는 총선이 임박해지면서 거대 양당이 인재 영입 또는 전략공천을 명분으로 지역 정서와 관계없는 낙하산 인사들을 대거 배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또 지역에 대한 기여 없이 단순히 인천 출생이라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연고를 앞세워 출마할 경우 시민들의 정치 불신을 더 키울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도 낙하산 인사들의 출마를 부추겨 비난을 자초한다.

국민의힘 인천시당 관계자는 "서갑이나 계양을은 취약지이기 때문에 선거에 이기려면 어느 정도 인지도가 높은 인물을 내려보낼 수밖에 없다"며 "국회의원은 중앙정치를 하기 때문에 지역 연고보다 일을 잘하는가가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지역 정계 관계자는 "국회의원은 지역 발전에 힘쓰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지역을 잘 알고 정치를 잘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며 "단순히 유명세나 중앙에서 밀어준다고 나오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윤은혜 기자 ye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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