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인 딸아이가 초등학교 시절 강아지를 키우게 해 달라고 울고불고 하는 바람에 두어 해 시달리다 못해 결국 강아지를 입양했다. 여러 마리의 어린 강아지들 중 태어난 지 두 달 된 순해 보이는 몰티즈를 선택해 입양한 후 하얀 털이 곱슬곱슬해서 ‘몽실이’란 이름을 지어 줬다.

그렇게 몽실이는 우리 가족이 됐고, 강아지 키우기가 처음이라 조심조심 보살폈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장이 약한 건지 붉은 변, 푸른 변, 노란 토사물을 쏟으며 축 처져 있어 조그만 생명이 잘못될까 봐 온 가족이 놀라고 긴장해 동물병원을 찾아 뛰어다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몽실이는 성격이 어찌나 온순하고 소심한지 산책로에서 다른 강아지를 만나면 보호자 뒤로 숨고 도망치느라 바쁘고, 산책도 좋아하지 않는다. 입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아지가 없어져 열린 현관문으로 나가 버린 줄 알고 "몽실아, 몽실아"를 외치며 온 동네를 뛰어다니며 벽보까지 붙이고 혼비백산했는데, 허탈한 맘으로 집에 돌아오니 딸아이 공부방 책장 좁은 틈새에서 새까맣고 동그란 눈동자만 굴리며 겁에 질려 나를 쳐다보는 게 아닌가. 몇 시간이나 그렇게 불러도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숨어 있었다니. 엄청 반갑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지만,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제 나름대로도 힘들었겠지 하는 측은함에 이해하고 포근하게 안아 줬다.

강아지를 키우면 대소변, 목욕, 산책 등을 도맡아 하겠다던 딸과 남편의 약속은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고, 모든 것은 온전히 엄마인 나의 일이 돼 버렸다. 당연히 밥 주고 돌봐 주니 몽실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도 엄마지만 말이다.

집에서 늘 나와 함께 지내던 몽실이는 내가 바깥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빈집을 홀로 지켜야 했다. 퇴근해 집에 들어서면 몽실이는 하루종일 기다리던 엄마가 온 것이 너무나 반가운지 꺼이꺼이 울다시피 나를 반긴다. 한없이 안쓰럽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순간이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몰티즈 몽실이!

몽실이 입양 당시 초등생이었던 딸아이는 성인이 됐고, 몽실이는 이도 빠지고 관절도 시원찮은 노령견이 돼 버렸다. 몽실이를 품에 안고 몇 년 후면 몽실이도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날이 온다는 생각을 애써 떨쳐 버려 본다.

앗! 벌써 퇴근시간이 다 됐네. 우리 몽실이가 엄마를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릴까. 어서 우리 애기 밥 주러 가야지. 이만 퇴근!

신미식(서울시 가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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