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뉴스의 중심에 늘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그만큼 정치가 국민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요즘 국민은 버티기 힘들 정도로 힘겨워합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정치인들의 말에서 도무지 ‘희망’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상대를 ‘탓’하며 온갖 저주의 언어를 쏟아내는 그들의 모습이 제 눈에는 오직 자신들만이 권력을 차지하고 유지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건축가와 정형외과 의사와 정치인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 자신의 직업이라고 우기는 유머 하나가 떠오릅니다. 그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신이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들었으니까 의사가 최초의 직업이지."

"천만에. 아담을 만들기 전에 이미 혼돈의 세상을 만들었으니 건축가가 최초의 직업이지."

그 말을 들은 정치인은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야, 당신들은 그런 혼돈에 빠지게 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

예나 지금이나 평범한 사람들이 정치인을 판단하는 모습은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합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유머 테크」(이상근)에서 저자는 정치인을 이렇게 풍자합니다.

"제가 당선되면 반드시 도로와 다리를 놓아드리겠습니다."(후보자)

"우리 마을에는 강이 없는데요?"(유권자)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강도 만들어드리겠습니다."(후보자)

비록 지어 낸 유머라고 해도 정치권의 요즘 행태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선거철이 가까워지면 온갖 공약(公約)을 내걸며 표를 달라고 하지만 실제 그 공약이 이뤄지는 경우는 매우 적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됐다며 용서를 구하는 정치인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심하게 표현하면 ‘대국민 사기’를 친 셈이지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재미있고 신나는 웃음 백서」(유머연구회)에 ‘기발한 경고문’이란 제목의 짧은 유머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워낙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니는 마을이 있는데, 주차할 데가 마땅치 않아 사람들은 가게 앞 담벼락에 주차하곤 해 가게 주인은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그래서 부탁의 글이나 고소하겠다는 경고의 글을 붙여 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담벼락에 써 붙인 그날부터 모든 자전거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습니다. 무엇이라고 썼을까요?

‘자전거 공짜로 드립니다. 아무나 가져가십시오.’

가게 주인의 재치가 대단하죠? 희망을 잃고 신음하는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 줄 정치인은 어떤 덕목을 가졌을까요? 뉴욕 빈민가의 판사에서 훗날 뉴욕시장을 세 번이나 역임한 피오렐로 라과디아가 참 좋은 예입니다.

판사 시절이던 1935년 어느 추운 겨울날, 이날은 굶주린 어린 손녀들을 먹이려고 빵을 훔친 어느 할머니를 재판하는 날입니다. 법은 지켜야겠고, 딱한 할머니에게 온정도 베풀어야만 했던 그는 마침내 "법은 예외가 없으니 벌금 10달러를 내시거나 열흘간 감옥에 계십시오"라고 선고했습니다. 그러고는 그 즉시 일어나더니 모자를 벗어 그 안에 자신의 돈 10달러를 넣고는 말했습니다.

"여러분, 여기 벌금 10달러가 있습니다. 할머니는 벌금을 완납했습니다. 나는 오늘 굶주린 손녀들에게 빵 한 조각을 먹이기 위해 도둑질을 해야 하는 이 비정한 도시에 사는 죄를 물어 이 법정에 앉아 있는 모든 사람에게 50센트의 벌금형을 선고합니다."

방청석에 있던 사람들도 선뜻 돈을 내 할머니에게 기부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라과디아 판사의 정의롭고도 따뜻한 성품과 기발한 경고문으로 불법 자전거 주차 문제를 단번에 해결한 가게 주인의 재치를 갖춘 정치인이 많아지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그래야 국민은 절망의 늪에서도 희망을 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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