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관중석을 가득 메운 사우디아라비아 팬들.  /연합뉴스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관중석을 가득 메운 사우디아라비아 팬들. /연합뉴스

클린스만호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 고비를 넘으려면 사우디아라비아 홈을 방불케 할 경기장 분위기도 이겨내야 할 거로 보인다.

카타르 도하에서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과 사우디의 16강전이 열리기 사흘이나 전인 27일(이하 현지시간)에도 시내 여기저기서 쉽게 사우디 축구 팬들을 찾아볼 수 있다.

사우디 팬들은 동아시아인을 만나면 느닷없이 "코리아? 재팬?"하고 묻곤 한다. 한국인이라고 답하면 사우디가 한국을 이기고 8강에 오를 것이라고 호기롭게 큰소리친다.

한국에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뮌헨) 등 빅리그에서 뛰는 특급 선수들이 포진해 있으나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의 조련 아래 조직적으로 단단한 팀으로 거듭난 사우디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나름의 ‘분석’도 내놓는다.

사우디 취재진과 도하 한인사회에 따르면, 사우디 대표팀이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뒤 도하로 사우디 축구 팬들이 몰려들다시피 한다.

이곳에서 건설업을 하고, 가족이 시내에서 한인 식당을 운영하는 박관호 사장은 "며칠 사이에 사우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다들 아시안컵을 보러 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사우디 수도인 리야드에서 도하까지는 차량으로 5시간, 제3의 도시인 담맘에서는 3시간 거리다. 운전해서 크게 무리하지 않고 올 수 있다.

사우디뿐 아니라 함께 16강에 오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다른 아랍 나라 사람들도 한국보다는 사우디를 응원하는 분위기다.

중동에서 20년 넘게 살았다는 박 사장은 "가까운 이웃 나라일수록 사이가 나쁘다는 말이 이곳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 아랍 사람들은 이웃 나라를 미워하기보다는 같은 ‘무슬림 형제국’이라며 응원해주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2022 카타르 월드컵 때도 확인된 바 있다. 당시 모로코가 아랍 국가로는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오르자 아랍 축구 팬들이 국적을 가리지 않고 연합해서 모로코를 응원했다. 한국으로서는 사우디뿐 아니라 아랍 축구 팬 전체를 상대해야 하는 셈이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16강전 경기장을 찾을 ‘붉은악마’는 20여 명 수준에 불과하다. 경기가 펼쳐질 도하 근교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의 4만4천여 관중석 대부분이 사우디의 ‘녹색 물결’로 가득 찰 거로 보인다.

게다가 사우디 팬들의 응원은 극성맞기로 유명하다. 전통악기까지 동원해가며 시끌벅적하게 응원전을 펼친다. 클린스만 감독도 이런 상황을 잘 안다.

그는 27일 훈련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기장 분위기 등에서 우리가 좀 불리할 수도 있다. 사우디 축구 팬이 3만 명 정도는 경기장에 올 것 같다"면서 "그러나 이 또한 축구의 일부"라고 말했다.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이 태극전사들에게 매우 익숙한 곳이라는 점은 다행이다.

한국은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이 경기장에서 치렀다.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를 같은 경기장에서 모두 소화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 카타르 대회에서 한국이 그랬다.

결과도 좋았다. 1승 1무 1패를 거두고 사상 3번째로 16강에 오르는 역사를 썼다. 한국과 사우디의 경기는 30일 오후 7시(한국시간 31일 오전 1시) 치러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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