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인천시 미추홀구 남인천중·고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만학도 졸업생들이 교사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퍼포먼스를 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31일 남인천중·고등학교 강당에서는 50대부터 80대의 머리 희끗한 늦깎이 졸업생들이 아쉬움을 담아 부르는 졸업식 노래가 울려 퍼졌다.

남인천중·고등학교는 나이에 상관없이 배움을 원하는 누구나 정규 교육과정을 배우는 인천 유일의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이다.

이날 졸업한 주야간 489명의 늦깎이 졸업생들은 평균연령이 65세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각각 2년 과정을 마치고 자랑스러운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졸업식에는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을 비롯해 허종식(인천 동·미추홀갑)·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국회의원과 미추홀구 관계자들이 참석해 졸업생 가족·친지들과 함께 자리를 빛냈다.

졸업식은 재학생 대표의 송사에 학업을 마칠 때까지 역경과 가슴 시린 사연들을 가득 담은 졸업생 대표의 답사가 이어졌다.

최고령 졸업생 윤정자(82·여)씨는 그림 작가로 개인전을 열 정도로 실력을 갖췄지만 초등학교 졸업이라는 학력 때문에 늘 주눅이 들었다. 하지만 더 나이가 들면 도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주변 사람들의 응원으로 용기를 내 망설였던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윤 씨는 이왕 용기를 낸 김에 중학교 졸업에 머물지 않고 대학교 입학을 목표로 학업을 이어 갈 계획이다. 그만큼 학업에 대한 열정은 나이가 문제 되지 않을 만큼 뜨겁다.

윤정자 씨는 "배움에 대한 목표만 세운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많은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또 다른 졸업생 강금엽(70·여)씨는 어렵게 시작한 공부인 만큼 힘든 점이 많았다. 재학 도중 몸이 아파 학교를 그만둘까 고민도 했지만 며느리의 보살핌 덕에 학업을 무사히 마쳤고, 올해 대학교 입학을 앞뒀다.

강 씨는 "가족들의 열렬한 사랑에 힘입어 대학생이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그동안 큰 도움을 준 며느리에게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한껏 웃었다.

장애인 국가대표 탁구선수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며 그랜드슬램까지 달성한 김광진(69)씨는 지체장애로 학교 통학도 쉽지 않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중학교 2년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이번에 졸업장을 가슴에 품었다.

김 씨는 "옆에서 지지하며 이끌어 주신 조영호 담임선생님이 가장 생각이 나고, 윤국진 교장선생님께도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윤국진 교장은 "졸업생들이 너무 자랑스럽고 인간 승리자, 삶의 개척자라고 생각한다"며 "어디에 계시든 몸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라고 담담한 축하의 말을 건네며 졸업식을 마무리했다.

정병훈 인턴기자 jbh99@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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