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를 잘못하면 평생 고생한다는 말이 있다.

여성은 임신과 출산을 하며 많은 신체 변화를 겪는다. 출산은 자궁문이 열리며 골반 형태가 변하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뼈마디 하나하나가 풀어지며 한 생명을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다. 산후조리는 임신 전 상태로 몸을 회복하는 기간으로 반드시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이제는 필수가 된 산후조리원 시스템은 한국이 전 세계 1등을 차지한다. 산모의 신체 안정과 회복은 물론이고 아기를 키우는 데 꼭 필요한 모유 수유, 신생아 목욕 같은 육아 교육과 함께 산후에 발생하는 모든 돌발 상황을 대비하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뉴욕타임스 기사에 한국 출산율이 유럽 흑사병보다 심각하다고 보도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초저출산 국가에서 유행하는 최고급 산후조리원을 소개해 화제가 됐다. 최근 한국에서 출산한 서울지국 기자가 강남에 위치한 A산후조리원에 직접 입소하며 겪은 일을 생생하게 전달한 것이다. 

그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지만 최고의 산후조리원 본거지다"라며 "6천 달러(약 800만 원)에 달하는 고액 산후조리원이 낮은 출산율을 설명하는 지표"라고 보도했다.

비싼 조리원 비용은 아이를 낳아 키우는 데 드는 전체 비용에 비교하면 아주 일부라는 설명이다.

산후조리원은 보험 적용이 불가능하다. 일부 지자체는 공공조리원을 운영하거나 보조금과 산후도우미 비용을 지원하지만 혜택을 받는 이들은 일부에 불과하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조리원은 2주 가격이 200만 원부터 1천만 원 이상까지 천차만별이다. 일부 산모들은 값비싼 가격에도 조리원 동기 모임 같은 인맥 관리를 목적으로 최고급 조리원을 구태여 찾기도 한다.

이렇듯 산모들은 아기를 낳는 순간부터 과시와 경쟁에 휩싸이게 된다.

산후조리원을 시작으로 각종 육아 아이템, 교육까지 정말 끝이 없는 경쟁문화가 자리 잡혔다.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지지만 육아용품 가격은 끝 모르고 치솟으며 비쌀수록 인기를 이어 가는 모양새다. 가격과 품질이 연동되지 않고 과시적 소비 성향만 커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 낳기 무섭다’는 친구 말과 아이는 ‘소비재’라는 오은영 선생님 말에 격한 공감이 간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점점 더 고비용 구조가 되니 그 높은 장벽을 과연 누가 넘을 엄두를 내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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