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
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

대부분 사람은 지식의 유효기간이 지난 후에도 그것에 매달리고, 자신의 지식에 옭매여 새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지식에는 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변화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변하는 지식은 항상 진실일 수 없다. 오늘은 진실이지만 내일은 거짓이 되기도 한다.

사람은 신체의 힘과 지식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신체적 힘의 원천은 식품이다. 식품은 유통기한이 지나기 전 섭취해야 한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신선도가 떨어져 맛이 없고 배탈이 나기 쉽다. 마찬가지로 유효기한이 지나 쓸모없는 지식도 폐기해야 한다.

하버드대의 복잡계 물리학자 새뮤얼 아브스만은 저서 「지식의 반감기」에서 "갈수록 지식의 유효기간이 짧아진다"고 강조하며 "지식은 끊임없이 진동한다. 지식의 습득보다 변화하는 지식에 적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지식은 변화와 혁신을 촉진하고, 변화와 혁신이 가속화될수록 지식의 수명은 빠르게 짧아져 낡은 지식이 된다.

인류가 농업혁명을 통해 정착생활을 하면서 습득한 농경사회의 지식과 경험은 1만 년 가까이 유효했다. 하지만 산업사회를 거쳐 지식정보사회가 도래해 지식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확산되고, 확대재생산된 지식과 정보는 또 다른 지식과 정보를 낳으면서 기존 지식과 경험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농경사회, 산업사회, 지식정보사회로 변화하면서 새로운 지식과 정보는 생산성을 높여 줬고 우리 삶을 풍요롭게 변화시켰지만,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식의 유효기간은 점점 짧아진다. 수명을 다한 죽은 지식을 보유하면 득보다 독이 되고, 과거 지식과 성공 경험이 변화무쌍한 사회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지식의 관성을 극복하는 것이 급변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이다.

먼저 비움과 채움이 함께 일어나야 한다. 게리 하멜과 프라할라드는 "조직이 기존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새것을 배우는 학습뿐만 아니라 낡은 것을 버리는 폐기학습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새로운 것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기존 지식을 의도적으로 버려야 한다. 학습하는 것보다 폐기하기가 더 어렵다. 자신의 지식과 성공 경험에 의존하려는 관성을 극복하고, 낡은 사고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폐기가 필요하다.

다음은 삶의 현장에서 평생학습이 이뤄져야 한다. 미래 사회에 적응할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제도권 내 형식학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제도권 밖 일상생활 속에서 무형식 학습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유아에서 노년까지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든지 각 개인의 학습권이 존중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독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년 국민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을 포함한 종합독서율은 47.5%라고 한다. 성인의 절반 이상이 어떤 형태의 책이든 1년에 단 한 권도 안 읽은 셈이다. 특히 종이책 독서율은 40%에 불과하다. 성인들이 독서를 못하는 이유로는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26.5%), 책 외의 매체·콘텐츠 이용(26.2%),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9.7%) 등을 꼽았다. 독서율이 낮은 근본 이유는 책에 관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적극적 사고방식」의 저자 노먼 V. 필은 "어제는 어젯밤에 끝났다. 오늘은 새로운 시작이다. 과거를 잊는 기술을 배워라. 오직 앞으로 나아가라"고 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기억은 긍정적으로, 망각은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창의적·비판적 사고력을 강조하면서도 수용적 학습 지식을 오래 기억하는 데 주력한다. 하지만 기억력이 좋다고 꼭 적응력도 높은 것은 아니다. 지식의 관성을 극복하지 못하면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에 적응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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