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 명절인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음력 1월 1일 새해를 의미하는 명절로,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고 집안 어른들께 세배하고 떡국을 먹는다. 지금은 거의 행하지 않는 세시풍속이지만 한 해 복을 비는 복조리를 걸고, 윷놀이와 연날리기 같은 전통놀이를 즐겼다.

연휴기간 고향에 며칠 묵으며 오랜만에 상봉한 가족들이 혈연의 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명절 분위기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가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차례 음식을 간소화하고, 여성 독박 노동의 상징이었던 차례상 차림을 모두 함께하는 평등한 가정도 늘었다.

예전엔 상다리 부러지도록 푸짐한 음식을 차리는 게 미덕이었지만 이제는 간결하게 음식을 마련해 묵념으로 조상과 돌아가신 부모를 기리기도 한다.

남녀평등 시대상을 반영하듯 남편 집에서 차례와 세배가 끝나면 처갓집을 찾는다. 차례상 차리고 밥상·술상 보느라 며칠 고생하던 며느리들이 집으로 돌아가면서 남편과 대판 싸우던 ‘명절 후유증’은 위에 열거했듯 대폭 개선됐다.

한편, 민족 명절의 의미보다 놀러 가기 좋은 연휴라는 의미가 더 강해졌다. 그러다 보니 아예 명절을 생략하고 국내외 여행지로 떠나는 가정도 늘었다.

설이나 추석 연휴 공항은 북적거리고, 항공료와 숙박 비용은 어느 때보다 높을 정도로 해외여행 성수기로 손꼽는다.

연휴기간 추억 만들기와 휴식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들의 용기와 경제력, 명절 이것저것 챙기면서 생기는 스트레스에서 홀가분하게 벗어남이 부럽다. 

다만, 새해 새로운 다짐을 하고, 친척들에게 안부 인사를 하며 가족·친지들과 만남의 끈을 이어 주는 매개가 되는 명절의 의미를 잊지 말자.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친지들의 안부를 묻고, 돌아가신 부모님이나 조상들을 기리며 기억하고 감사하는 시간을 잠시나마 가졌으면 한다. 덧붙여 이번 설에 만나는 형제자매의 자녀에게 하지 말아야 할 질문을 열거해 본다.

사귀는 애인은 있는지, 결혼해야 하는 나이인데 어쩔건지, 공부는 잘하는지, 취직은 했는지, 어느 대학 붙었는지, 연봉은 얼마나 되는지 등등. 개인적이고 예민한 부분은 절대 묻지 말자.  <임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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