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석 인천청년경영인네트워크 회장
최효석 인천청년경영인네트워크 회장

1. 주어진 환경에서 답을 찾자 

첫 커리어를 도예가로 시작하는 조금 특별한 경험을 했다. 물론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 디자인 학부로 입학해 세부 전공이 도예임을 조금 나중에 알게 됐다. 신중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고 당황스러웠으나 선택에 책임지려 부딪혀 보니 생각했던 점과 달랐다. 

유학 기회가 생겨 교토에서 1년간 생활하기도 했고, 더 공부하고 싶은 것들이 생겨 석사과정을 밟았다. 졸업 후에는 이천이나 여주에나 있을 만한 규모가 작지 않은 도자기 직업 체험관이 집 근처에 있음을 알게 돼 합류했다.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직업이었지만 때로는 대안 없이 그만두기보다 주어진 환경에서 답을 찾을 때 또 다른 기회가 생긴다.

2. 상식의 한계를 넘어 보자

그렇게 도예가로서의 커리어가 승승장구할 줄 알았다. 하지만 작품활동은 고사하고 수강생 수업 외 기관·단체 체험 운영, 영업, 마케팅, 홈페이지 관리, 보조강사 관리, 시설 관리, 청소까지 모든 일을 도맡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최저시급을 막론하고 급여가 전혀 없는 달도 종종 생겼다. 

겨우 사회초년생의 열정이 기업을 안정화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됐겠느냐마는 그럼에도 너무나 사랑했던 직장이었기에 주 6일을 새벽같이 일하며 사명감으로 4년을 보냈다. 결국에는 체험관 건축 당시부터 시와 좋지 못한 법적인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지금은 건물조차 사라지고 동네 주차장이 됐지만, 돌이켜보면 지금의 나로 성장하는 기반이 된 경험들이었다. 

당시 이러한 속사정까지는 몰랐겠지만 주변에서 도움을 주려 했던 분들이 계셨는데 늘 감사한 마음이다.

3. 커리어도 피벗(pivot)이다

피벗이라는 농구 용어가 있다. 한 발을 축으로 삼아 방향을 전환해 기회를 만드는 기술이다. 경영을 하는 데 있어서도 이 피벗의 관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말한다. 경력을 쌓아가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직장을 잃고 당시 3살 된 아이가 있었던 터라 멘탈이 흔들릴 틈도 없이 다음 스텝에 대한 준비가 필요했다.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어떤 이유인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이 경험의 점들이 선(line)을 이루고 언젠가는 입체적 형상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언젠가 강의에서 들었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기회를 찾으려 해 왔던 모든 경험들을 글로 나열해 보니 그간의 성과들이 한눈에 보였다. 예술과 도예 관련 키워드들을 잠시 가려 보니 인사와 영업이라는 큰 카테고리가 보였다. 그렇게 HR 분야로의 방향 전환 기회가 생겼다. 

경험들이 헛되지 않았다. 커리어를 ‘쌓인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연결성이 중요한데, 직무와 산업을 뛰어넘는 커리어 전환 경험을 해 보니 피벗의 관점이 굉장히 중요함을 몸소 경험했다. 특히 경력 이음이 필요한 여성분들 그리고 퇴직을 앞둔 시니어분들의 진로에도 도움이 되는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4. Go the Extra mile

기업 고객을 전화로 대응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첫 직장은 처음이라서 좋았다면 이번에는 새로운 분야로의 출발이라는 점, 특히 토요일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행복했다. 여기서 내가 더 성장할 만한 것들이 뭘까. 회사가 원하는 건 뭘까를 고민하며 받기만 하면 되는 전화 통화 사이사이 시간에 일명 아웃바운드, 콜드콜이라고 하는 영업 전화를 돌렸다. 성과가 나기 시작했고 관심을 받았다. 

감사하게도 6억 원 규모의 공기관 일자리센터 사업을 총괄할 기회가 생겼다. 필요를 채우려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엑스트라 마일 하는 것, 이것이 비즈니스는 물론 커리어에 있어서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5. 지식화 관점

지식이란 무엇일까. 지식으로 경영하는 법을 가르치는 가인지경영에서 지식이란 ‘재생산과 확산가능한 성과’라고 말한다. 10년간 해결한 문제를 지식화했더니 그 지식을 얻은 사람은 3년 만에, 그보다 더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업무를 헤매는 신입사원에게 알려 줬더니 성과를 내고 그 후임도 가르치게 된다. 

자신을 소개하는 데 있어서도 이 지식의 관점이 필요하다. 면접을 보다 보면 열심히 하겠다는 포부만을 늘어놓는 분들이 있다. 그럴 때 하는 질문 중 하나가 "그걸 위해 지금까지 무얼 해 오셨나요?"다. 이 질문 하나로 채용 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 누구나 말로는 잘하겠다고 하지만 성과를 지식화해 경험의 데이터로 가진 사람은 뽑지 않을 이유가 많지 않다. 

자기소개서에는 궁금하지 않은 어릴 적 추억을 적는 게 아니라 이 내용이 담겨야 한다. 단순히 눈앞의 취업을 넘어 그간 경험을 지식화해 방향성을 갖고 브랜딩해 가는 관점이라 할 수 있다. 이 글 또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지식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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