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용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 총무과장
이웅용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 총무과장

언제부터인가 필자는 한국의 사회갈등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얘기를 듣곤 한다.

3년 전 6월 영국 킹스칼리지가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갈등항목 12개 중 7개 항목에서 한국의 갈등은 ‘심각’ 수준이었고, 영국 BBC에서 발표한 조사(2018년)를 봐도 한국은 세대갈등 2위, 남녀갈등 1위를 차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발표한 자료(2021년)에서는 OECD 회원 30개 국가 중 갈등을 치유하려는 노력, 즉 갈등관리 능력이 27위에 그쳤다.

이 정도라면 한국은 갈등공화국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더욱이 갈등이 정치진영 간 정쟁으로 부채질되고, 이를 보는 국민의 정치적·이념적 반목과 갈등은 더욱 증폭되는 실정이다. 국민 처지에서는 이 같은 갈등 맥락을 이해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자 노력하는 후보가 당선되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가운데 우리는 총선을 코앞에 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번 선거를 마주해야 하는가?

선거 때가 되면 한국 선거판은 ‘놈놈놈’ 원칙이 지배한다. 좋은 후보, 나쁜 후보, 이상한 후보가 그것이다. 마치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김지운)을 연상케 한다.

즉, 내가 찍고 싶은 사람은 좋은 후보, 아니면 나쁜 후보다. 그리고 관심 밖인 사람은 그냥 이상한 후보가 된다. 이 같은 우리 편 편향(Myside bias)은 결국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소모적인 사회갈등의 그물망에 발을 담그게 되는 악순환으로 귀결된다. 거기다 지연, 학연, 혈연 등 각종 우연의 연결고리가 개입하면 선거는 ‘선과 악의 배틀(Battle)’이라는 이분법적 갈등의 끝판왕으로 둔갑한다.

사실 선거가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그 시작과 끝은 될 수 있다. 갈등을 해결하려는 후보자가 당선되고 관행화될 때 국민 화합을 위한 정치적 생활 형태가 만들어짐은 자명한 논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선 공동체적 통합의 물꼬를 트는 ‘갈등해결사’를 뽑아 보자!

한편, 갈등의 시대에 정책선거는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정당과 후보자의 거창한 고담준론(高談峻論)이나 그럴싸한 수사(修辭)에 현혹되지 말자. 그저 내 주변에서 시작되는 ‘민생’의 눈으로 정책을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공정한 기회 보장, 공동체 의식, 화합, 청렴, 안전 등 사회 대다수가 공감하는 가치질서와 규범을 기준 삼아 정견과 정책을 꼼꼼히 비교해 보자. 그렇게만 한다면 우리는 갈등을 이용하려는 ‘나일론 후보자(거짓말쟁이)’를 걸러 낼 수 있다.

끝으로 투표 결과는 주권자의 의사표현이자 국민 희망이 담긴 소중한 메시지임에도 선거 후 이를 부정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내 편이 떨어지면 부정선거’라는 생각이 지배하는 한 선거 결과는 또 다른 사회갈등의 방아쇠가 돼 민주적 기본질서는 심각하게 훼손된다.

국민 모두 주권자 의사를 왜곡하려는 행위에 현혹되지 말고 선거민주주의의 수호자라는 생각으로 준엄한 잣대를 들이대는 냉철함이 필요하다. 국민이 ‘갈등유발자’에게 보내는 ‘엄중 경고’의 메시지가 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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