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2024학년도 등록금 결정을 위해 막바지 심의를 이어가는 가운데, 현재까지 학부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 절반이 ‘대학원 등록금’은 올리기로 결정했다.

등록금을 동결·인하해야 수억∼수십억 원에 달하는 ‘국가장학금Ⅱ’를 지원받는 학부와 달리, 대학원은 등록금 인상이 국가장학금Ⅱ와 연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재정 상황이 악화할 대로 악화한 상태에서 최소한의 교육·연구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한 인상이라고 호소한다.

4일 대학알리미에 공개된 전국 4년제 대학의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록을 분석해 보면 1일까지 총 78개 대학이 학부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대학원 등록금도 동결하기로 한 곳은 35곳(44.9%)에 불과하다.

이보다 많은 36곳(46.2%)은 대학원 등록금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7곳(9.0%)은 대학원 등록금 동결·인상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대학원 등록금 인상 폭은 작지 않다.

직전 3개 연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인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는 올해 5.64%인데, 대학원 등록금 인상률이 5% 이상인 대학이 10곳에 달했다.

대학원 등록금을 최대 폭인 5.64%까지 올린 대학도 2곳에 이른다.

인상률이 4% 이상인 대학은 21곳이었다. 등록금을 올린 대학원 가운데 58.3%가 4∼5%대의 등록금 인상을 단행하는 셈이다.

학부 등록금을 대부분 동결하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대학원 등록금 올리기에 나선 것은 대학원 등록금의 경우 ‘국가장학금Ⅱ’ 지원과 연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12년부터 학부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Ⅱ를 지원하고 있다.

한해 수억 원∼수십억 원에 이르는 국가장학금Ⅱ 지원을 놓치지 않기 위해 대다수 대학은 법정 등록금 인상 한도가 있음에도 학부 등록금 인상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대학원 등록금은 국가장학금Ⅱ 지원과 무관하다. 법정 등록금 인상 한도까지 올려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다는 얘기다.

2009년부터 지속된 학부 등록금 동결로 재정적인 타격을 입은 대다수 대학은 대학원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학부보다는 대학원 연구·교육의 질이 그 대학의 연구·교육 수준과 더욱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만큼, 대학원 연구·교육을 제대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대학원 등록금 인상만큼은 필요하다는 것이 대학들의 시각이다.

학부 등록금을 동결하고 대학원 등록금을 5% 인상한 한 국립대 등심위 위원은 "대학원 측에서도 운영 재원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으로 등록금 인상을 요청하고 있다"며 "학생 입장에서 5% 인상이 크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다른 대학들도 올해 대학원 등록금을 인상할 예정이기 때문에 우리 대학도 최소한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교육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대학원뿐 아니라 학부 등록금도 법정 인상 한도만큼이라도 올릴 수 있길 바란다.

이성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기획혁신팀장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학부 등록금은 인하한 상태"라며 "등록금 동결이 이어지면서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교육 서비스의 질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대학에 등록금 자율 결정권을 주고, 고등교육 투자를 어떻게 끌어올릴지 중장기적인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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