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이 데이터를 이긴다고 믿어요."

인천시 중구 원도심에서 8년 넘게 ‘개항로 프로젝트’를 펼친 로컬 기획자 이창길 씨가 한 말이다.

지역 노장들과 협업한 ‘개항로 맥주’, ‘개항로 통닭’으로 상권을 부활시켜 국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례 주역이라 불리는 그는 직관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너무 많은 정보를 너무 쉽게 접하는 요즘에는 주어진 정보를 착실히 ‘학습’하는 자체만으로 창업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씨는 "예컨대 고깃집을 열려면 직접 돼지를 해부·도축해 보고 여러 방식으로 구워 먹어 봐야 한다"며 "대상의 본질을 해체하며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겹살’, ‘오겹살’ 등 시중에 이미 존재하는 부위 구분만 외우기보다 새로운 부위를 개발 또는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주어진 방식대로 갈비와 등심, 삼겹살을 나눠서만 판매했다면 최근 5년 새 열풍을 일으킨 ‘돈마호크’ 같은 신메뉴는 탄생조차 못 했을 터다. 등갈비 뼈에 등심과 삼겹살, 가브리살을 함께 맛보도록 잘라 낸 돈마호크는 돼지 구조와 부위별 맛과 특성, 도축 과정에 대한 이해가 있어 개발 가능했다.

직관과 통찰로 본질을 파고드는 데 능숙한 이 씨를 보며 며칠 전 취업준비생인 친구 A가 자기소개서 쓰는 걸 도운 일이 떠올랐다.

학력과 경력 등 이력을 기재하는 데 거침없던 그는 ‘지원 동기·포부’를 적는 칸 앞에서 멈췄다.

‘동기’와 ‘포부’란 단어만 되새기며 한참을 골몰하던 A에게 그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왜 그 일을 하고 싶은지, 그 일이 어떤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A가 해당 직무를 바라보는 시각과 가치관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뒤에 ‘그래서 지원했다’고 덧붙이면 지원 동기가 될 터고, ‘그러한 가치를 추구하겠다’고 붙이면 포부가 되지 않겠나.

정말 중요한 건 A가 어떤 일을 ‘하고 싶다’고 느꼈다는 사실이다. 그 야망 내지는 꿈의 외연이 그가 쓰는 자기소개서의 본질이었다.

정확한 질문을 하려면 본질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기자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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