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넷플릭스 최신 작품 ‘푸른 눈의 사무라이’에서 집중(deep think)과 그에 따른 정신력의 힘을 느끼는 장면들이 뇌리에 남는다. 분명하고 실효적 목표 설정과 스탠스가 주변과의 일상적 조화로움을 유지하는데, 좀 더 큰 의미로 이야기하자면 지속가능한 목표관리에 중요한 자산이 된다는 뜻이다. 웹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보는 일본판 복수 이야기고, 칼잡이 사무라이와 칼(刀) 도정에 관한 대목에서다. 

에도시대 일본인 어머니와 백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의 주인공은 복수를 위해 칼을 잡고 당대 일본 최고의 도공을 찾아 스승으로 모신다. 칼을 만드는 과정에서 불에 달궈 ‘담금질’을 할 때 앞을 못 보는 장님 도공은 제자에게 뼈 있는 한마디를 건넨다. "칼을 만들 때 담금질하는 과정에서 금속은 다시 태어난다. 검에 영혼이 깃들고, 검이 순수하려면 모든 것이 순수해야 한다. 결국 그 칼을 휘두르는 사람은 영혼마저 깨끗해야 한다." 이기는 길, 이기기 위한 정신 무장을 가르친 것이다.

"기업이 가진 기술과 역량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신(新)기업가 정신입니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회장이 기업의 목적과 역할이 수익 창출에서 사회가치 확충으로 가야 한다는 방향을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에서 제시하며 언급한 내용이다. 국가사회적 이슈에 관한 해결책으로 사회가 원하는 길을 가는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고 본다. 기업 경영의 순수함과 영혼을 언급한 듯하다. 

ESG가 대두되면서 탄소중립, 지속가능, 중대재해 같은 키워드가 기업 경영의 모든 것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재생에너지 100% 사용 RE100에서 최근 무탄소 에너지 100% 사용 CF100 개념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시도된다. 국제사회에서도 비중 높게 논의되며, 탄소중립의 현실적 대안으로 많은 각광받을 것이다.

태양광·풍력·수력·조력 등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자력·수소 등 모든 무탄소 에너지도 받아들이는 공감대가 확산된다. 탄소중립 개념을 이해하는 기본축이 좀 더 분명하게 자리잡은 셈이다. 문제는 그 어떤 키워드도 직접적으로 CEO에게 다가갈 때 70% 넘는 기업이 정확한 개념과 구체적 내용을 모른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소통과 시스템 같은 기반 조성이 너무 부적절하게 제시됐기 때문이다. 

지속가능 역시 가치와 시간, 과정과 결과의 인과관계가 여러 복합적 상황논리를 거쳐 만들어진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하고 가야 한다. 기업의 역할과 능력에 맞게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논리지만 분명하게 ‘시간’이라는 자산은 필수적 관리요소다. 쌓고, 넘어서고, 나아가는 일련의 ‘지속’ 개념을 그냥 단순하게 오래가는 개념으로만 받아들이면 안 된다. 내용에 과정이 합쳐지는 접점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중대재해법 역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로 누구나 인식하는 기업의 경영 방식을 두고 원인과 결과의 상황을 법이라는 이름으로 통제하려는 데 있다. 사고에 대한 주의 의무를 최대한 수용하고 가동하는 게 우선이다. 

그래서 긴장의 사회적 장치를 설치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좀 더 시스템적 사고와 적용에 대해 고민하고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사고·재해에 대한 최대치의 선제적 종합적 주의 의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렇더라도 중대재해에 대한 통상적 상관관계가 너무나도 분명하게 드러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법으로만 기준점을 강화시킨다면 오히려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 지출만 증가한다.

종업원 숫자와 관계없이 재해는 절대 생겨서는 안 된다. 그래서 모든 CEO가 일구월심으로 무사고·무재해를 다짐하고 전력을 다해 예방적 조치에 몰두하는 것이다. 현장마다 사고예방교육의 철저한 실천은 몰라서 안 하거나 알면서도 일상성에 무게를 두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일이 많아 보인다. 어떤 상황에서 누구라도 손가락 하나 다쳐서는 안 된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이 문제에 대한 집중력만 생각하면 중대재해의 선제적·종합적 대책은 남모르게 덕을 베푸는 방편이 된다.

기업을 일으키고 경영을 하면서 회사를 위하고 고객을 위하는 길에 종사자 재해를 소홀히 해 발생할 수 있는 일은 만에 하나라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다만, 법 이전에 CEO의 기업가 정신이 ESG 본류인 남모르게(陰) 덕(德)을 베풀면 반드시 드러나는(陽) 보답(報)이 주어진다는 음덕양보(陰德陽報)로 이어지는 게 옳다고 본다. 

사망·부상의 산업재해, 5명 이상 사업장, 징역과 벌금. 결국 법이 정의라는 이름으로 재해 유발 기업을 단죄하겠다는 의도를 내세우기보다 CEO가 순수한 경영마인드로 인권 존중과 인명 중시 같은 본질적 기본질서를 지키고 다져 내게끔 해야 한다. ESG 경영은 지속가능을 위한 CEO 생각의 담금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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