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자욱하던 지난 3일 오전 10시께 인천시 중구 영종국제도시 백운산 초입에 시민 20여 명이 모였다. 목장갑을 낀 손엔 집게와 봉투가 들렸고, 형광조끼 가슴팍에 수놓은 ‘영종봉사단’이라는 글귀가 선명하다.
 

영종국제도시 영종봉사단이 주최한 ‘야생동물 먹이 주기 봉사활동’ 현장이다.

겨울철 먹이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야생동물이 민가에까지 ‘원정대’를 보내는 상황을 막고, 백운산에 버린 각종 쓰레기를 거두려고 마련한 이번 활동에는 미리 신청한 시민과 봉사단원 17명이 참여했다.

주민들은 백운산을 오르며 우거진 숲 구석구석에 쌀과 옥수수 같은 잡곡을 섞은 먹이를 한 움큼씩 놓았다. 가져온 먹이가 모두 떨어진 뒤 내려가는 길에는 등산로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빈 봉투에 담았다.

먹이 주기 활동에 필요한 잡곡은 봉사단 임원이 구입한 먹이 다섯 포와 단원 10여 명이 기부한 묵은 쌀 8㎏을 합쳐 만들었다.

평소에도 봉사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한다는 이정순(54)씨는 "고라니가 종종 도심까지 내려오곤 하는데, 이 같은 활동으로 주민들도 안심하고 지역 생태계 유지에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영종 주민으로서 사회에 작게나마 이바지한다는 성취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 씨와 동행한 아들 김동균(14)군은 "주말 아침부터 산을 오르느라 힘들었지만 마치고 나니 상쾌하고 뿌듯하다"며 "다음에도 엄마와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활동을 마친 뒤 자리를 정리하던 윤호준 영종봉사단장은 "재정이 열악해 활동을 이어 가기 힘들다"며 쓴맛을 다셨다.

그 말마따나 이날 활동 참가자를 태우고 달리던 봉사단 전용 다인용 승합차는 도로에 2차례나 서는가 하면, 봉사단 사무실인 컨테이너 건물엔 전기가 끊겨 불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2019년 4월께 영종봉사단을 꾸린 뒤 6년째 봉사활동을 주도했다. 바다쓰레기 정화를 중심으로 새집 짓기, 꽃 심기, 산불 예방 캠페인은 물론 어린이를 대상으로 영종지역 역사와 생태계를 가르치는 교육 봉사활동까지 추진했다.

지난 한 해에만 43차례 봉사활동을 했고, 단원은 어느새 800명을 넘었다. 그러나 활동비 대부분은 윤 단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자비로 충당했다. 차 구입비와 유지비, 사무실 컨테이너 구입비와 월세, 부자재 구매까지 봉사단 유지는 소득 없이 지출만 커지는 그야말로 ‘적자’ 사업이었다.
 

윤 단장은 "사무실 월세를 아끼려고 컨테이너를 샀을 땐 배우자와 크게 다퉈 사이가 멀어지기도 했다"며 "더 깨끗하고 살기 좋은 동네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가끔은 지치고 자괴감이 든다"고 고백했다.

이어 "돈 문제에 목매지 않고 봉사활동에만 매진하고 싶다"며 "지자체발 지원사업이 생기거나 영종지역 기업 후원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재 영종봉사단 후원 업체는 2곳으로, 중구농협 본점은 과자와 생수를, 베이커리 카페 ‘인천샌드’는 간식을 후원한다.

한편, 영종봉사단은 ‘영종국제도시연합’을 비롯한 영종지역 인터넷 카페에서 수시로 봉사활동 참가자를 모집한다.

윤소예 기자 yoo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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