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동구 화수동의 한 보행로가 적치된 물건들로 마치 창고를 연상케 했다.

인천시 남동구에 사는 박모(37)씨는 최근 퇴근길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귀가하던 중 보행로에 적치된 물건에 넘어졌는데 오히려 주인한테 핍박을 받아서다.

해당 물건은 인근에 위치한 채소 가게가 판매를 위해 내놓은 것이었는데, 주인은 사죄는커녕 물건을 배상하라며 역정을 냈다.

박 씨는 "물건을 보행로에 놓는 게 문제"라며 10분 동안 실랑이를 벌인 끝에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

박 씨는 "퇴근길 인파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물건이 있어 당황스러웠다"며 "보행로는 개인 공간이 아닌데 왜 사유재산처럼 사용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천지역 일부 상인들이 보행로를 무단 점거해 시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6일 오전 8시 찾은 동구 화수동에 위치한 한 보행로는 적치된 물건들로 창고인지 길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생선을 담을 때 사용하는 나무상자와 플라스틱 상자, 파라솔 등 각종 물건이 가득 쌓인 상태였다.

이 때문에 보행기를 이용하던 시민들은 차도로 우회 후 이동해 안전사고가 우려됐다.

김모(85)씨 "보행로에 쌓인 물건으로 폭이 좁아져 보행기가 지나가지 못해 차도로 이동했다"며 "수년간 바뀌지 않는 걸 보니 구청은 손을 놓은 듯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미추홀구 주안동과 부평구 부평동 보행로도 매한가지였다. 곳곳에 물건이 적치됐는가 하면 오토바이 수십 대가 인도를 가로막아 보행자의 보행권을 위협했다.

도로법 제61조와 제75조에 따르면 공작물이나 물건 따위로 도로를 점용하려면 도로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물을 쌓아 놓거나 구조 또는 교통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이를 어길 시 1㎡당 10만 원씩 최대 15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각 지자체들은 실질적인 과태료 부과는 어렵다고 한다.

한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는 "도로 적치물에 대해 계도를 진행해 자진 정비가 되지 않는 경우 점용면적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한다"며 "그러나 생계 문제와 연결되나 보니 과태료 처분은 심각한 경우가 아니면 지양한다"고 말했다.

유지웅 기자 yjy@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