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기간인 인천시 옹진군 연평초중고등학교의 출입문이 굳게 닫혔다.
방학 기간인 인천시 옹진군 연평초중고등학교의 출입문이 굳게 닫혔다.

"불안하긴 하지만 너무 자주 있는 일이라 오히려 담담합니다."

7일 오전 10시께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여객터미널에서 만난 주민은 최근 연이은 북의 도발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얘기했다.

설 연휴를 앞둔 연평도 여객터미널은 육지로 가려는 주민들로 붐볐다. 육지에서 온 손님들을 내려놓고 다시 인천으로 바쁘게 바닷길을 재촉하는 여객선을 타려고 길게 줄지어 선 연평도 주민들은 양손에 선물과 짐을 들고 설레는 표정으로 승선을 기다렸다.

뭍에서의 긴장감을 비웃듯 군복을 입은 장병 10여 명은 한가롭게 모여 대화를 나눴고, 부모 손을 꼭 잡고 배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아이도 보였다.

북한의 연이은 무력 도발로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5도뿐 아니라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 5일부터 여러 차례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을 이어 갔다. 이 때문에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으리라 예상했던 연평도 분위기는 외려 한적하고 평화로웠다.

여객터미널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마을에는 식당과 미용실이 꽤 자리 잡았지만 영업 중인 곳은 찾기 어려웠다. 설 명절을 앞두고 가족을 만나러 뭍으로 간 주민들과 많은 아이들이 방학을 맞아 육지로 간 탓이라고 주민 A씨가 설명했다.

연평도 3호 대피소 근처 마트에서 만난 A씨는 "언론에서 불안하다,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 과거보다 관광객이 줄어들었지만, 이맘때는 주민들이 다 빠져나가 한적하다"며 "10년 전에는 주민들도 많이 불안해하고 대피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다들 즉시 대피했지만 최근에는 포 소리가 들려도 동요하는 주민들이 굉장히 적다"고 말했다.

마트에서 마주친 주민들도 여느 하루처럼 장을 보고 명절 선물을 구매하는 모습이다.

경로당 근처에서 마주친 주민 B씨는 "북한 도발로 불안감이 높아진다고 이야기를 많이 해서 오려던 사람도 무서워서 안 온다"며 "북한이 포격하면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일상적인 일이라 대피소를 안 가는 분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2010년 연평도 포격이 일어난 뒤 14년이 지난 탓인지 주민들은 대체적으로 평온한 분위기다.

그러나 연평도 포격사건과 연평해전을 직접 겪은 노인들은 북한 도발을 두고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주민 C씨는 "솔직히 지금도 불안하다"며 "연평도 포격 당시 기억도 나고, 지금도 언제 쏘든 이상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연평도를 방문해 비상시 민방위 대응 태세와 주민 대피시설을 점검하며 서해5도 주민 정주 여건 개선에 힘쓰겠다고 했다.

그는 "북한 도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지역에 거주하는 게 애국"이라며 "연평 주민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은혜 기자 ye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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