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루는 한때 미국보다 잘 살았던 섬나라로 1980년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당시 미국 1만2천 달러, 일본 9천800달러, 한국 1천800달러)에 달하는, 지금은 꿈도 못 꿀 각종 무상 복지 혜택을 국가가 책임진 부국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GDP 기준 200위 밖으로 밀려난 최빈국 중 하나로 전락한 데다, 섬 전체가 가라앉을 위기에 처한 보기 드문 나라이기도 하다.

나우루공화국은 호주 북동쪽 약 2천900㎞에 위치한 면적 21㎢(서울 용산구 크기)의 섬나라로, 바티칸 시티(0.44㎢)와 모나코(2㎢) 다음으로 작은 나라다.

19세기 이전 어업과 농업으로 평화로운 삶을 살았던 섬을 드라마틱하게 바꾼 장본인은 ‘인광석’이다.

인광석은 비료 제조에 필수 원자재인 인산염을 함유한 광물로, 섬을 찾은 수많은 바닷새들의 똥과 산호초가 만나 화학반응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탄생했다.

나우루에서 인광석이 발견된 20세기 초기에는 강대국들에게 모든 채굴 이익을 수탈 당하다가, 1968년 독립하면서 온전히 막대한 부를 쌓기 시작했다.

나우루 정부는 쌓여 가는 이익을 전부 국민 복지에 돌리기 시작했고, 모든 세금·병원비·교육비 면제와 신혼집 무상 제공을 비롯해 1년에 1억 원 생활비 지급 같은 지금 봐도 파격적인 복지를 퍼줬다.

호화로운 삶에 빠져 정부와 국민들은 나태와 무기력함에 길들여졌고, 자원에 100% 의존해 아무 대비도 하지 않았던 나우루는 결국 2000년대 초 인광석이 고갈되면서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주 수입원이 없어진 정부는 범죄에 연루된 검은돈을 관리하다가 세계에서 범죄지원국가로 낙인 찍혀 고립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수면 상승과 채굴로 파헤쳐진 땅이 꺼져 가며 차츰 섬이 가라앉기 시작해 국가 존립이 위협받는 처지다.

흥망성쇠가 대부분의 나라가 겪는 과정이라지만, 나우루처럼 짧은 시간에 최부국에서 최빈국으로 떨어진 국가는 흔치 않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올해 R&D 예산을 16.6%(5조2천억 원) 삭감한 총 25조9천억 원으로 편성했다.

우리나라 상황이 나우루처럼 극단적이진 않지만, 미래 먹거리를 충분히 대비하지 않은 나우루 사례가 정부나 정치인들에게 경종을 울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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