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를 철회하고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계도 기간을 무기한 연장한 지 세 달이 지났다. 이후 카페 시장은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몇몇 대형 프랜차이즈와 현실(비용 절감)을 중시하는 소규모 독립 점포’로 양분화되는 모습이다. 소비 행위도 ‘올바름과 편리성’으로 이원화가 진행 중이다. 스타벅스 등 대형 매장에선 다회용기나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종이 빨대로 음용하고, 소규모 카페에선 (매장 내에서도) 일회용 플라스틱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는 풍경이 일반화됐다.

플라스틱도 재활용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수거·선별 과정을 거쳐 재생 원료로 생산되는 PET병이 대표적인 예다. 다만, 아직까지는 배출량에 비해 재활용률이 턱없이 부족해 대부분을 단순 소각이나 매립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지난 20년간 플라스틱 배출량은 두 배 이상 늘었고, 재활용률은 9%에 불과했다. 물론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억제하는 것도 합리적이진 않다. 플라스틱 재질의 이점과 편리성, 가성비가 워낙 탁월하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방향은 불필요한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사용의 대표 예가 일회용품이다. 플라스틱은 생산 과정에서 화석연료 사용과 비체계적인 폐기물 처리로 환경오염을 가중시킨다. 특히 후자가 심각하다. 안타깝게도 순환성을 고려한 대체재 개발은 더디고 값도 비싸 시장에만 맡겨 놓기엔 한계가 있다. 재사용률이 높은 플라스틱 제품은 권장하고 일회용 제품 사용은 규제해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도 이에 대해서는 절대 다수가 공감한다. 2022년 환경부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 90%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이전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답했다. 

최근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 17곳과 패스트푸드 업체 5곳, 제과업체 2곳이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혜택을 주고 플라스틱 빨대를 숨겨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협약을 맺었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나 소비자의 바람직한 패턴과 공급자의 자발적 노력에만 정책을 의존해선 안 된다. 시장경제 체제에선 가격이 낮고 편익이 높은 상품과 서비스만 생존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든 공급자든 올바름을 선택 기준으로 하는 집단은 결국 장기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직무 유기와 해태를 그만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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