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놀랍다. 옛날 5공 시절에나 볼 법한 광경을 지금 시대에 목격하니 말이다.

지난 16일 대전 카이스트(KAIST) 졸업식에서 한 졸업생이 축사를 하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항의하다 입틀막(입을 틀어 막히다) 당했다. 

해당 졸업생은 올해 과학 분야 R&D 예산을 지난해와 견줘 14.8%(4조6천억 원)나 줄인 정부와 윤 대통령을 향해 날선 비판을 날렸고, 즉시 졸업생으로 위장한 경호원을 비롯한 경호처 직원들에게 입을 틀어 막히며 사지가 들려 끌려 나갔다.

지난달 18일에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현장에서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윤 대통령과 악수하며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다 입틀막 당하며 카이스트 졸업생처럼 사지가 들려 끌려 나갔다.

대통령실은 둘 다 법과 규정, 경호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본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대통령 경호에 원칙이 있다는 부분에는 동의하지만, 때로는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데 이번 정부 경호처는 경직된 경호원칙 아래에서 움직인다.

유연하지 못한 경호는 자칫 과잉 경호로 비쳐지고, 국민과 소통의 담을 높게 만들 뿐이다.

어떤 이는 대통령 심기 경호가 극에 달했다고도 평한다. 말 그대로 대통령 심기를 불편하게 할까 봐 지나칠 정도로 경호한다는 말이다.

심기 경호는 경호원칙에는 없지만 경호 대상자 기분을 살펴 그를 기분 좋게 하고 잘 보이려는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이들이 이런 행동을 취하는 까닭도 대통령실 분위기가 한몫했으리라 본다.

뉴스에서는 10년 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 때 ‘추방 중단’을 외치던 한국계 청년을 막으려던 경호원을 외려 제지하던 모습을 비추며 이번 경호처 대응과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미국이나 우리나라처럼 정치 이념이 양분화된 나라에서는 반대쪽 의견을 무시하면 매끄러운 정국 운영이 힘들다. 특히 이번 정부는 아주 근소한 차이로 당선된 처지라 반대 세력에 귀를 닫는 정치를 더욱 경계해야 한다.

또다시 47.83%에 속하는 국민이 처량하게 들려 나가는 모습이 재현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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