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500대 건설기업 자금사정 조사(응답 102개 사)’를 한 결과, 응답기업 10곳 중 4곳은 현재 자금사정이 어려우며, 하반기에 자금사정이 호전되리라 전망하는 기업도 10곳 중 1곳에 그쳤다.
구체적인 자금사정은 평년과 비슷하다는 응답이 43.1%, 곤란 38.3%, 양호 18.6%였다. 하반기 자금사정 전망도 비슷한 52.9%인 가운데 악화 33.4%, 호전 13.7% 순으로 조사돼 연말까지 건설업종 자금난은 지속되리라 보인다.
자금사정 악화에 대해 기업들은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31.4%)을 가장 많이 꼽았고 높은 차입 금리 24.5%, 신규계약 축소 16.7% 순으로 응답했다.
이런 가운데 10곳 중 8곳(76.4%)의 건설기업은 현재 기준금리 수준에서의 이자비용 감당이 어렵다고 전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임계치를 묻는 질문에 76.4%에 달하는 기업이 현재 기준금리 3.50%가 이미 임계치를 넘었다고 응답했다. 현 기준금리 수준에서 이자부담에 여유가 있다는 기업은 17.7%에 그쳤다.
건설기업들은 앞으로 금리동향에 대해서도 낙관적이지 않다. 올해 연말 기준금리 수준에 대한 질문에 현 금리 3.50%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 응답이 32.4%, ‘3.25%로 0.25% 하락’이 30.4%, ‘3.00%로 0.5% 하락’ 15.7%로 내다봤으며, ‘3.75%로 0.25% 상승’을 전망한 기업도 15.7%나 됐다.
올해 하반기 협력업체 공사대금 지급과 관련한 자금수요에 대해서는 65.7%의 기업이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늘어날 것으로 응답한 기업이 26.4%로, 감소를 전망한 기업 7.9%에 비해 3배나 많아 자금수요 압박은 가중될 것으로 분석된다.
자금수요 발생 예상 부문은 협력업체 공사대금 지급이 32.4%로 가장 많고 선투자 사업 추진 17.6%, 원자재·장비 구입이 16.7% 순이었다.
자금조달 시 최대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4곳 중 3곳인 75.5%의 기업이 ‘높은 대출금리와 각종 수수료’를 꼽았다. 이는 주된 자금조달 방식으로 72.5%에 달하는 응답기업들이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차입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과도한 연대보증과 담보 요구가 부담된다는 건설기업도 10.8%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안정적인 자금관리를 위한 정책과제로 건설기업들은 금리부담과 수수료 수준 완화 39.2%, 공급망 관리를 통한 원자재 가격 안정화 16.7%,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한 규제완화 16.7% 순으로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부동산경기 침체 들과 같은 복합적 요인으로 건설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있다"며 "건설업계가 한계상황을 이겨내도록 금리·수수료 부담 완화, 원자재 가격 안정화, 준공기한의 연장들과 같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일형 기자 ihjung6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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