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대형 병원은 물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국 종합병원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움직임이 커지며 의료 현장의 혼란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19일 경기도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발걸음을 옮긴다. 전광현 기자 jkh16@kihoilbo.co.kr

‘의료 대란’이 초읽기 들어갔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사직 시점으로 제시한 19일 경기지역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수백 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관련 기사 7면>
아주대병원은 이날 오후 5시 현재 전공의 130명이 사직서를 냈다. 이 병원 전공의 230여 명의 60%에 달하는 수치다.

가톨릭대학 성빈센트병원, 고대안산병원, 한림대병원에서도 사직서 제출이 잇따라 정확한 숫자를 파악 중이다.

이들 병원 전공의는 성빈센트병원 130여 명, 고대안산병원 140여 명, 한림대병원 100여 명이다.

본원 전공의들과 함께하겠다는 원칙을 표명한 분당서울대병원 소속 전공의 285명과 용인세브란스병원 전공의 20여 명의 사직서도 잇따른다고 전해졌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16일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해 이날까지 사직서를 내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은 이날 집단 사직서 제출을 완료, 가장 먼저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병원 쪽은 이번 주 예정한 수술 50%가량을 취소했다.

경기지역 상급종합병원들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수술 일정에 문제가 발생하진 않았다"면서도 "사직서를 낸 전공의가 많은 만큼 빈자리는 담당 교수나 전문의로 대체해 의료공백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공의 사직서 제출과 같은 단체 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종합병원들도 자체 긴급 회의를 열어 대책을 마련했다.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사직으로 응급 환자가 몰리는 데 대한 대비다.

A종합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공백으로 응급실로 들어오는 환자가 늘어난다고 보고 응급실을 최대한 가동하도록 준비하기로 했다"며 "전공의 집단 사직과 관련한 움직임을 계속 주시 중이다"라고 했다.

정부는 의료 대란을 막으려고 이날 전체 221개 수련병원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다. 아울러 전국 응급의료기관 409곳이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신속한 이송과 전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비상진료대책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소방청과 협의해 꼭 필요한 중증·응급환자는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대형병원으로, 경증·비응급 환자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이나 인근 병·의원으로 이송한다.

오는 5월까지 단계적으로 개소 예정이었던 광역 응급상황실 4곳을 조기 가동하고, 응급의료기관의 24시간 응급실 운영 여부도 점검한다.

지방의료원, 근로복지공단 산하병원을 비롯한 공공보건의료기관 97곳을 중심으로 평일 진료시간을 확대하고, 주말과 공휴일 진료도 실시하며 국군병원 12곳의 응급실을 일반인에게 개방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은 예정된 집단 사직과 휴진을 철회하고 환자를 등지지 말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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