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은 그런 선택들이 있습니다. 살면서 부닥치게 될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과연 뭘 기준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하나 생각해 보면, 많은 사람들은 득실을 따져 보고 자기한테 손해 나지 않는 길을 선택하겠지만 혹여 마음속에 부끄러움이 인다면 그거 외면하지 말아야죠."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에서 극 중 인물 대사다.

정부가 발표한 의과대학 정원 2천 명 확대를 두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의사들은 이에 반대한다며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부터 근무를 중단했다. 인천을 비롯한 전국 각지 병원 전공의들 거의 절반 가까이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의사들은 의과 교육보다는 정치적 목적이 우선이 됐다고 주장한다. 

또 적정 의사인력 수급에 관한 과학적 분석이나 체계적 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정원 확대를 반대한다.

소위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은 지난 19일부터 집단 사직을 본격화했다. 적지 않은 전공의들이 한번에 진료현장을 떠나면서 환자들과 시민들이 큰 혼란을 겪는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갑자기 수술 취소 연락이 왔다’, ‘쌍둥이 출산 예정이었는데 하루 앞두고 연기 통보를 받았다’ 같은 사례들이 속속 올라왔다. 의사들 파업으로 환자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입었다.

한 전공의가 15일 열린 궐기대회에서 "내 밥그릇을 위해 사직했다. 제가 없으면 환자도 없다"는 발언을 했다. 이들에게는 밥그릇에 불과할지 몰라도 환자와 시민들은 건강과 생명이 달린 문제다.

의사들은 의사가 될 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다. 선서에는 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게 의사의 본분이기 때문이다. 과연 ‘밥그릇’ 챙기기가 국민들 생명보다 중할까. 환자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이렇듯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도 될까.

지금 당장은 손해 보는 듯한 선택이어도 정말 마음속에 작은 부끄러움도 없는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