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가시화하며 정부가 군병원 12곳 응급실을 민간인에게 개방한 20일 오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사진공동취재단>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가시화하며 정부가 군병원 12곳 응급실을 민간인에게 개방한 20일 오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사진공동취재단>

"어머니가 주기적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큰일 이네요…"

20일 수원 아주대병원 본관 1층에서 만난 50대 김모 씨의 걱정이다.

지난해 수술 이후 아주대병원에서 방사선 치료 중인 70대 어머니와 함께 방문한 김 씨는 "수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전공의 사직으로) 혹시나 치료를 받지 못할까봐 걱정"이라며 "일단 ‘문제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병원 간호사의 말에 의존하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날 오전 진료를 받으려고 아주대병원을 찾은 수십 명의 환자들은 혹여나 진료가 취소되거나 미뤄질까봐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환자는 진료·수납 창구에 있던 병원 직원에게 "진료 예약을 하고 방문했는데 제때 진료를 받을 수 있냐"며 확인하기도 했다.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도 오전부터 진료·예약을 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휠체어에 태운 40대 여성 이모 씨도 혹여나 검사를 받지 못할까 걱정이 앞섰다. 본관 1층에서 진료예약 목록을 보던 이 씨는 "주 1회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하는 데 차질이 없을지 큰일이다"며 "병원을 옮겨야 하는건 지 가족들과 상의할 예정"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1층도 진료를 받으려고 대기하는 환자들로 진료에 차질이 없을까 걱정하기는 같은 처지였다.

이곳에서도 "의료대란 때문에 진료 예약이 밀리지 않느냐"는 환자와 가족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전공의 들의 사직서 제출에 각 상급병원들은 비상진료대책 상황실을 꾸려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 경기지역에선 다행히 진료 들에 큰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은 응급실과 각 진료과에 교수, 전문의들을 추가 배치했다. 지난 19일부터 비상진료대책 상황실을 운영 중인 아주대병원도 진료와 수술, 치료를 담당하던 전공의 공백을 최소화 하려고 노력 중이다.

전공의 사직서 제출은 이날도 지속했다. 아주대병원은 사직서를 낸 전공의가 전날 130여 명에서 160여 명으로 늘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117명의 전공의가, 성빈센트병원은 130여 명 중 절반 이상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냈다.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19일 기준 도내 20개 병원에서만 모두 834명이다.

경기도는 응급의료협의체를 꾸리고, 시·군 보건소 들과 핫라인을 구축해 도내 의료기관 파업 현황과 비상진료체계 유지 상황을 점검 중이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이시모 인턴기자 sim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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