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팔달산 옛 청사. /사진 = 경기도의회 제공
경기도의회 팔달산 옛 청사. /사진 = 경기도의회 제공

경기도가 수원시 팔달구 옛 경기도의회동에 문화예술인과 일반인이 어울려 자유롭게 창작하는 ‘문화예술관’을 조성하겠다는 약속을 뒤집고 소방안전복합청사로 건립하기로 하면서 논란이다.

문화예술관 활용 계획 발표 이후 별도의 도민 의견 수렴 없이 돌연 소방안전복합청사 조성으로 변경해 도청사 이전 이후 심각해진 옛 청사 인근의 지역공동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21일 보도자료에서 수원시 팔달구 소재 옛 의회동(부지면적 1만9천358㎡)에 내년 4월까지 안전컨트롤센터와 안전체험관, 트라우마센터, 소방사료관, 소방재난본부 6개 시설을 한곳에 모은 소방안전복합청사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알렸다.

1996년부터 수원시 권선동 청사를 사용하는 도소방본부는 보도자료에서 그동안 조직 규모가 9배가량 확대됐고, 관할 경기도 인구 역시 700만 명에서 1천390만 명으로 늘어나면서 청사 확장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이전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내년 4월 소방안전복합청사 건립에 앞서 도소방본부가 오는 6월 먼저 이전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하지만 도소방본부의 이번 확장 이전 발표는 도가 2022년 10월 옛 청사를 ‘사회혁신복합단지’로 조성하겠다며 그 방안 중 하나로 의회동을 문화예술관으로 건립하겠다고 발표한 내용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야기된다.

당시 도는 옛 의회동을 문화예술인과 일반인이 자유로운 창작과 실험을 하도록 ‘문화예술관’으로 조성한다고 했다. 기존 의회건물 특성을 살려 문화예술 창의활동과 전시공간, 예술아카데미, 작은도서관, 가변형 공연장 등 콘텐츠 위주의 공간설계, 문화예술 분야 소셜벤처 입주공간 등으로 도민에게 개방한다는 취지였다.

도가 1년 4개월 만에 옛 의회동 활용계획을 수정했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들 의견을 듣는 절차가 생략됐다는 점도 비판의 여지가 있다.

도가 광교청사 이전 이후 팔달구 옛 청사 인근의 상권 공동화를 막겠다는 정책을 잇따라 발표했음에도 다수 상가의 폐업이나 휴업이 이어지는 중이다. 도는 소방본부만 의회동에 입주하는 게 아닌 안전체험관 등을 배치해 연간 5만여 명의 방문객이 방문함으로써 지역공동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으리라 자체 추산했지만, 객관성이 결여된 데이터라는 지적과 함께 문화예술관이 지역에 미치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 뒤집기라는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옛 의회동과 현재 운영 중인 경기도국민안전체험관의 거리도 14㎞로, 차량으로 30분이면 이동하기에 중복 행정이라는 지적도 뒤따를 전망이다.

옛 청사 인근 주민은 "도청이 신청사로 이전하면서 지역공동화가 가속화된 상태"라며 "문화예술관 건립이 취소됐으면 주차난을 겪는 지역인 만큼 차라리 주차장으로라도 활용하도록 놔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옛 의회동을 문화예술관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가리라 추산돼 계획을 수정했다"며 "도소방본부가 포화된 상태에서 새로운 청사를 건립하기보다 예산을 절감한다는 측면도 고려했다"고 했다.

박건 기자 g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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