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10시께 인천지역 한 대형 병원 대기 공간이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와 보호자로 가득 찼다.
22일 오전 10시께 인천지역 한 대형 병원 대기 공간이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와 보호자로 가득 찼다.

전공의 파업 3일째인 22일 인천지역 대학병원 곳곳에서도 진료 지연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진료나 수술 일정이 늦어지면서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편이 가중된다.

이날 오전 11시께 인천 A대학병원은 1층 로비를 비롯해 지하 1층까지 진료를 접수하고 기다리는 환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기다림에 지친 일부 대기자들은 긴 의자에 누워 잠을 청하기도 했다.

오전 7시에 왔다는 이모(70)씨는 "오전 9시 예약인데 아직까지 깜깜무소식이라 잠을 잤다"며 "채혈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있어 보통 일찍 오는데, 오늘 같이 시간이 밀린 건 처음이다. 의사가 없어 지연된다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안과와 응급실처럼 전공의 역할이 큰 과는 진료를 대폭 축소했고, 현장 외래 접수가 불가능했다.

안과 수술을 앞둔 정모(46)씨는 입원이 불가능하다는 병원 통보를 받고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정 씨는 "당장 다음 주 수술인데 너무한다 싶었다"며 "파업 때문에 입원 가능한 환자 수가 얼마 되지 않아 그렇다고 하는데, 완전히 헛걸음한 셈이라 의사들한테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응급실은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응급실 당직을 주로 서는 전공의들이 사직해 경증환자 대부분은 돌려보내고 축소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병원 관계자는 "수술이 연기되는 상황은 맞지만 중증환자까지 전원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점점 진료를 감당하기 어려울 듯싶다"고 말했다.

B대학병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료를 받으려고 대기하는 환자들이 의자를 꽉 채웠고, 앉지 못한 일부 환자들은 복도 한쪽에 서서 진료를 기다려야 했다.

이곳에서 만난 환자와 보호자들은 전공의 파업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까 노심초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혈액내과 진료를 받으러 온 김모(45)씨는 "파업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평소보다 대기시간이 길어졌다. 늦어도 10분 정도 지연됐는데 지금은 1시간이나 지났어도 진료를 보지 못했다"며 "오늘은 유독 환자가 많은 느낌이다. 주기적으로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앞으로 예약이 제대로 잡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병원이 수술과 외래 진료를 취소하거나 미루면서 환자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어린이 보호자 박모(39)씨는 "아이 편도 관련 수술이 잡혔는데 연기됐다"며 "아이들은 언제 급성으로 발전될지 몰라 의료진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일부 대학병원은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인력 부족을 우려해 입원 환자 수를 조정하는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전반적인 병원 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비상진료대책상황실을 설치·운영해 실시간 의료계 동향을 모니터링 중이다"라며 "만약 집단 휴진이 발생한다면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의 평일 진료시간을 연장하고 주말과 공휴일에도 진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비상진료체계를 마련해 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강인희·손민영 기자 sm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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