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을 어떻게 하든 아픈 사람은 제때 진료받게 해 주면 좋겠어요."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갈등을 빚는 사이, 시민들과 의료현장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원성이 높아진다.

인천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25일 아이가 혈변을 보자 B대학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다급한 마음에 의료진을 찾아 진료를 받으려 했지만 끝내 치료를 받지 못하고 대학병원보다 급이 낮은 2차 병원으로 향해야 했다. 아이보다 위중한 환자가 많아 진료가 어렵다는 이유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다 내린 결정이다.

이 같은 진료 지연 사례는 다른 대형 병원에서도 비슷하게 겪는 일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27일 오후 4시 기준 인천 수련병원 전공의 540명 중 44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출근하지 않은 전공의도 339명에 달한다. 이 중 예비 전공의 임용 포기 인원은 26명이다. 많은 수의 응급환자를 수용하는 대학병원에 전공의들이 출근하지 않으면서 시민들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A씨는 "아이가 혈변을 봐서 많이 놀랐는데, 진료가 어렵다는 이유로 안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며 "근처에 응급실이 있는 2차 병원에 방문했지만 그곳도 처음에는 진료할 여력이 안 된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했다"고 토로했다.

두 번째로 방문한 2차 의료기관에서 아이 상태를 설명하고 의료진을 설득해 진료를 받은 A씨는 아픈 아이를 데리고 이동하는 시간 내내 현 상황을 탓할 방법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정부든 의사협회든 협상을 진행하더라도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하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환자들 피해가 커지는 만큼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 불편도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실정이다. 인천 C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D씨는 본인뿐 아니라 주변 간호사들도 많이 지친 모습이라고 현장을 설명했다.

D씨는 "당초 인턴과 전공의가 하던 업무를 교수들이 맡아서 하고, 간호사들도 함께 업무에 참여하다 보니 피로가 많이 누적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료현장에서 혼란이 이어지는 중에도 정부와 의사협회는 양보 없이 팽팽히 맞서는 모양새다. 정부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29일까지 미복귀한다면 처벌하겠다며 복귀를 요청했지만,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 같은 요청이 ‘폭력적’이라고 비판했다.

시 관계자는 "전공의 사직서 제출 현황이나 의료 차질 여부, 응급실 24시간 운영 여부를 계속 모니터링 중"이라며 "개원의 집단행동까지도 대비해 체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윤은혜 기자 ye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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