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원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서보원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UN 지속가능발전목표(UNSDGs)에서 말하는 지속가능성장은 경제 발전과 사회적 공정성, 환경보호 간 균형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경제 발전이 자연환경을 파괴하거나 사회적 불평등을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인류의 복지 향상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미래 세대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현재의 경제활동이 자원 소모와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공정성이 전제돼야 한다. 경제 발전의 혜택은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공평하게 분배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사람이 교육, 보건, 일자리 등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아야 함을 뜻한다. 그리고 경제 발전은 자연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생태계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경제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UNSDGs는 지속가능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각종 정책과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국제적 협력을 촉진해 지구적인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가 논의되고 EU 의회는 공급망 실사 지침(CSDDD)을 통과시키는 반면, 전미자동차노조는 전기차 전환에 반발해 대규모 파업을 강행하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친환경 정책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커진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대립이 심화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와 관련한 글로벌 동향을 어떻게 이해할까?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라는 본질적 논의를 통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2013년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창출)의 창시자이자 저명한 경제학자 마이클 포터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저서로 유명한 정치 철학자 마이클 샌델은 ‘기업과 시장경제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두 석학이 바라보는 서로 다른 관점은 오늘날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대립과 사회적 흐름을 이해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한다. 

마이클 포터 교수의 논리는 간단명료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변화를 이끌려면 경제적 자본이 필요하므로 글로벌 자본의 75%를 보유한 기업이 움직여야 사회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의미 있는 규모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의 역할이 필수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사회문제 해결 관점에 입각한 논리는 ESG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2020년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지속가능 투자를 선언한 이후 투자자 관점의 SASB, TCFD 공시가 중요하게 부각됐고 자본의 ESG 투자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에 맞춰 기업들은 탄소중립과 RE100을 선언하면서 모든 것이 순탄해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ESG 활동이 환경과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꿨을까? 유엔 지속가능개발 솔루션 네트워크(SDSN)의 지속가능개발 2023 보고서에 따르면 SDGs 수립 이후 169개 목표 중 이미 달성됐거나 긍정적 경과가 보이는 목표는 18%에 불과했으며, 오히려 줄어든 목표는 15%로 나타났다. 발전 경과가 제한적이거나 진전이 없는 경우는 무려 67%에 달했다. 사실상 산업계의 ESG 활동이 글로벌 지속가능개발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 못한 셈이다. 

그렇게나 뜨거웠던 ESG 열풍이 이러한 결과를 맞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투자계의 금융 자본이라는 ‘인센티브’는 분명 기업 ESG 활동의 촉매제가 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들이 ‘환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 도모’라는 본질적 가치보다 ESG평가 등급에 과도하게 집중하며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게 된 것도 그 이유다. 결국 ESG는 이해관계자라는 폭넓은 주체를 포용하지 못하고 주주자본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이러한 양상에 대해 옥스팜과 같은 비영리단체는 산업계의 자발적 ESG 활동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본다. 그래서 기업들의 공급망 관리 책임이 강화되고 이중중대성(Double Materiality)을 강조하며, 상세 행동계획을 담은 탄소중립 선언을 요구받는다. 기업들이 인센티브만을 좇는 행위를 방지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대목에서 기업 주도의 사회문제 해결 방식이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샌델은 주장한다. 

최근 ESG의 문제점을 타파하기 위한 움직임이 커진다. 기후변화 부문에 지나치게 치우쳤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장에서 많은 부분의 퇴보가 있었다고 보고 올해는 지역사회와 정부, 노사가 화합해 지속가능성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갈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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