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획정안이 여야가 벼랑 끝 대치를 이어 오던 끝에 선거 41일을 앞두고서야 가까스로 마무리됐다. 최악의 지각 처리라는 오명은 간신히 면했으나 역대 세 번째로 늦은 선거구 획정이다. 총선 1년 전까지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한 공직선거법이 무색할 정도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국회의 이런 행태에 국민은 무기력함마저 느껴질 지경이다. 더욱이 늑장 처리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구획정안은 철저하게 여야의 당리당략이 결부된 꼼수와 땜질식 처방이어서 허탈감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국회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달 29일 본회의에서 쟁점이었던 전북지역 의석수를 현행 10석 그대로 유지키로 하는 획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획정위 원안은 서울과 전북에서 각 1석을 줄이고, 인천과 경기에서 각 1석을 늘리도록 하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텃밭인 전북 대신 부산에서 1곳을 줄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종적으로는 서울에서 1석이 줄고 인천과 경기에서 1석씩 늘렸다. 지역구 의석수는 253석에서 254석으로 늘리는 대신 의원정수 300명을 유지하기 위해 비례의석을 47석에서 46석으로 줄였다. 여야가 영·호남 텃밭의 지역구 의석수를 사수하려고 비례대표를 줄이는 꼼수를 쓴 셈이다. 

여기에다 여야는 서울·경기·강원·전남·전북에 ‘특례지역’ 5곳을 설치하는 땜질 처방도 내놨다. 특례지역 설치는 유권자가 줄어드는 자치구와 시·군에서 인구수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선거구를 획정할 경우 이른바 ‘공룡 선거구’가 탄생할 수 있어 특례지역에서는 예외적으로 시·군·구 일부 분할을 허용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런 꼼수와 땜질식 처방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매번 총선에서 더 큰 난제를 야기할 것이 자명하다. 총선 때면 선거구 획정이 늑장 처리되면서 후보는 자신이 출마할 지역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선거운동을 해야만 하는 촌극이 벌어진다. 유권자 또한 마찬가지 상황이다. 선거구 획정 문제가 여야를 기본으로 하는 국회의 정치적 협상 대상으로 있는 한 이런 일들은 매번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결정권을 더 이상 여야 협상 영역에만 맡길 순 없다. 이제는 고치고 바꿔야 한다. 차제에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선거구 획정 방안도 함께 고려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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