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문자에 링크를 누르자 모바일 부고장이 뜨고 파일이 설치된다. 평범한 부고장 문자라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개인정보를 해킹하는 피싱문자였다. 

문자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수법은 미끼를 물 만한 정보를 안내하는 문자를 대량으로 보내 악성 앱을 설치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 앱이 설치되면 문자와 연락처, 사진 같은 모든 정보가 빠져나간다. 또 악성코드가 설치돼 피해자 모르게 소액결제가 되거나 금융정보를 탈취하고 여기서 빼낸 정보들로 다시 지인들에게 사칭해 피싱 문자를 발송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신종 보이스피싱까지 등장해 그 수법이 다양하고 대담해졌다. 

최근 지인이 실제 겪은 일이다. 수화기 너머로 들린 목소리는 분명 친구였다고 한다. 평소 자주 연락하던 친구의 너무 급한 일이라는 사정에 불러주는 계좌로 큰 돈을 입금했지만 보이스피싱이었다. 개인정보를 해킹해 지인 목소리를 그대로 AI로 구현한 음성합성물 ‘딥보이스’ 수법이었다. 딥보이스는 목소리를 변조해 가족과 친구를 사칭해 납치나 사고를 당했다며 급전을 요구한다. 음성파일로 AI에 학습시킨 뒤 원하는 문장을 읽게한다. 전화번호까지 변조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의 급박한 목소리로 부탁하는 전화를 받는다면 누구나 흔들리는 게 당연하다. 

AI 기술은 현재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중이다. 세부 기술이 진화해 억양과 호흡, 침묵 같은 섬세한 구현까지 가능해 진짜 음성과 구분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렇듯 기술 발달 이면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개발에 앞서 진행 속도만큼 범죄를 예방하고 가짜를 탐지하는 기술도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보이스피싱에 예외란 없다. 의심스러운 연락에 설마 나는 아니겠지 라는 생각이 든다면 의심부터 하고, 방심하지 말자. 아직 사기를 당한적이 없다면 사기꾼을 만나지 못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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