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얼마 전 "학문과 현장은 하나"라는 말의 83세 법학박사 학위취득이 화제가 됐다. 기업 경영을 하며 학문이 경영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고 실질적인 공부를 하고 싶어 논문 주제도 내 일과 같은 맥락으로 잡았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그의 더 큰 이야기는 출산지원금, 국민주택, 고향마을 주민을 비롯해 초·중·고교 동기, 군 동기 및 전우들에게도 아낌없는 기부를 했다고 전해진다.

대학시절 「재무행정론」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며 ‘다산 정약용’의 많은 서책들을 찾아 읽었다. 나름 살아가는 방향에 대해 어느 정도 가늠자로 소화시켜 보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은행에 근무하며 다산이 유배시절을 보냈다는 강진 사의재를 다녀 왔고, 여러 이야기들이 산재해 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던 집 교훈 같은 옥호 사의재(四宜齋)에 관한 네 가지 뜻을 새겨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생각을 맑게하고 ▶용모를 단정히 하며 ▶말은 적게 하고 ▶행동은 무겁게 하라. 이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 다산은 유배지에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겠지만 가르침과 배움에 관한 보이지 않는 가치를 실천한 것이다. 

ESG의 본질은 ‘보이지 않는 것(가치)’들에 대한 생각과 실천, 성과로 이야기 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그 무엇이 중요하고 앞서느냐 그런 개념이 아니라 배우고 익힌 바를 실천하고 주변에 정연한 성과를 보이라는 경영철학, 전략이다. 보고서 내고 평가를 받으며 등급을 받는 것 역시 중요한 경영자산임은 인정한다. 어떤 채널, 어떤 방식이든 효율과 방향성, 영향력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주장도 맞는 말이다. 다만 보이기 위한 경쟁에서의 결과 중심은 내구력에 한계가 분명하다. 

매 학기 초 학생들에게 ‘자기주도성’을 강조하며 그 예로 세계 권투계의 전설 파나마의 영웅 돌 주먹 ‘로베르토 듀란’ 이야기와 발레의 ‘데벨로페’를 이야기한다. 승승장구하던 ‘듀란’은 어느 경기 중 갑자기 중단을 선언하며(No Mas!) 등을 보인 채 링을 내려 간다. 그런 그를 두고 트레이너는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기술은 가르칠 수 있지만 마인드는 내가 가르칠 수 없다"라며 미련 없이 그를 떠난다. 전략 없이 주먹만 날리는 그에게 "링의 주인이 되면 그 곳은 너의 성전이 된다"라며 보이지 않는 버티는 힘과 버티고 난 후의 상황 지배력까지 가르쳤지만 헛된 노력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영화 돌 주먹(Hands of stone)에서 본 이야기이다.

발레 자세에서 ‘데벨로페’는 발을 들어 일단 복숭아 뼈를 거쳐 무릎에 올린 후 머리 위로 치켜 올리는 자세인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리를 올린 후 얼마나 버티느냐, 그리고 그 상황을 지배할 만큼 순간적으로 견고하고 아름답게 몸을 만들어 내느냐가 관건이며 이는 신체 코어 근육 부문의 디테일과 방향, 각의 움직임에 달렸다고 한다. 정상에 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달했을 때 그것을 유지하고 확대재생산이 가능토록 평상시 자세를 바르게 하고 끊임없이 체크하며 근육을 단단하게 키우는 힘이 중요한 것이다. 이것을 기업인의 ESG경영으로 치환해서 생각해 본다면 경영철학, 경영전략을 바르게 오래 갈 수 있는 방향으로 매 순간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직원들에게 현장에서 목표를 제시하고 소통하며 성과를 공유해 가는 것도 경영이고 문제점을 파악하며 수정, 보완 개선해 나아가는 것도 경영이다. 문제는 얼마나 현장을 알고 지키려고 애를 쓰느냐,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버티고 이겨가며 ‘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느냐에 달린 것이다. 그 현장이 바로 ESG 구성요소라고 본다.

"현장에서 크고, 현장에서 사업 일으킨 사람에게 현장을 이야기하면 넌센스지요."

규모가 작은 기업의 CEO들이 현장을 받아들이는 태도나 자세는 충분히 이해된다. 다만 관점과 시차, 착각과 오류는 시시각각으로 보이지 않게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경영행위는 CEO 스스로의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데 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해봤고, 이루어 냈다’라는 자부심도 핵심적 경영자산이 되겠지만 좀 더 스스로를 살피고 주변을 돌아보는 자기성찰 역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중소기업 CEO의 현장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직원을 대하는 수준이 고객을 대하는 접점과 다를 바 없고 일상의 경영이 ESG로 이어져 왔다라는 주장에도 동의하지만 보고서를 염두에 두고 등급에만 관심을 지나치게 가지게 되면 현장은 보이는 것만 보게 되는 것이다. 기술에 둘러 처져 경영자의 철학, 신념은 작아지게 된다. ESG경영은 현장을 통해 직원, 고객과 상호작용하며 이렇게 동반성장해 나가라는 방향성이다. 기업을 키우고 CEO 개인 브랜드를 확고히 제시하는 일 역시 결국 현장에서의 CEO 실천 전략, 마음가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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