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혼란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들이 ‘못해 먹겠다’고 자리를 박차고, 정부는 ‘원칙’을 강조하며 법대로 하겠다는 모양새다. 전공의들이 떠난 의료현장은 밀려드는 환자를 돌보느라 하루하루 버티기 힘들고,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들은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며 숨찬 하루를 보낸다. 의료계와 정부의 강대강 대치에 국민들만 죽을 노릇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의료계를 이해시키고 납득시킬 뾰족한 대책 없이 ‘원칙’과 ‘강경 대응’만 부르짖는다. 누구든 나오라는 식이다. 언제든 맞짱 뜰 준비가 됐으니 ‘옆 동네 호식이’든, ‘뒷동네 철수’든 걸리기만 하면 본떼를 보여 주겠다는 식이다. 

의료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대형 병원이 몰린 서울은 물론 지방도 마찬가지다. 인천은 540명의 전공의 가운데 471명이 사직서를 쓰고 이 중 355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이를 메우는 남은 전공의나 간호사는 이미 탈진 상태를 넘어섰고, 여기에 전문의까지 가세하면 의료 붕괴 사태를 맞게 된다. 급기야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투입이지만 효과는 글쎄다. 

공보의는 병역법에 따라 병역 의무를 대신해 3년 동안 농어촌을 포함한 보건의료 취약지구에서 공중보건 업무에 종사하는 의사다. 인천은 81명의 공보의가 일반병원이 없는 섬지역에 주로 배치됐다. 이번 정부의 공보의 차출로 강화군에서 2명, 옹진군에서 2명, 총 4명이 인하대병원에 배치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이 의료 공백을 메우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대다수가 의사면허를 취득한 뒤 바로 군에 입대한 ‘일반의’라는 점에서 당장 인력이 필요한 중증·응급의료에는 투입이 어렵다고 한다. 또 며칠 교육을 받았다고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도 없고, 적은 인원으로는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공보의 차출로 강화와 옹진 등 인천에서도 가장 의료가 취약한 지역의 의료 공백이 커질 수 있다. 한쪽을 메우려고 다른 한쪽을 희생시키는 셈이다. 

현재 강대강 국면은 국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먼저 손을 내밀고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의료계를 아랫사람 다루듯 하지 말고 대화를 통해 방안을 제시해야 해법이 만들어진다. 현명한 대안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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