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우 보건학 박사
한현우 보건학 박사

용서란 누군가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더 이상 분노나 원한을 품지 않고 벌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을 말한다. 반면 화해는 용서를 기반으로 관계를 회복하고 다시 평화로운 상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한국전쟁은 1950년 6월 25일 새벽에 중무장한 북한군이 북위 38도선을 넘어 남한에 전면적인 공격을 감행해 시작된 전쟁이다. 이 전쟁은 3년 1개월 동안 지속됐는데 남북한 모두에게 커다란 피해를 남겼다. 약 450만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고 약 1천만 명의 이산가족이 발생했으며 공장이나 도로 등 산업시설이 파괴됐다. 미국 등 21개국에서 군인을 파병하고 의료지원을 했고, 브라질 등 11개국에서 물자를 지원했다. 우방국의 도움으로 전쟁은 종식되었으나 현재도 북한의 지속적인 핵무기 개발과 도발로 남북간의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1953년 한국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76달러 밖에 되지 않는 나라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는데 월남전 전시 특수를 통해 경제성장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한국의 월남전 파병은 1964년 9월부터 1973년 3월까지 8년 6개월 동안 진행된 대규모 군사파병이었다. 당시 한국은 연 34만 명을 파병해 아군에게 많은 인명피해를 입혔지만, 파병의 대가로 외환보유액이 증가했고, 산업기반 확충으로 경제성장의 동력을 마련했다. 그러나 월남 파병은 당시 한국사회에 큰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군의 많은 인명피해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베트남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월남전 당시 베트남 중부지역에 위치한 고자이 마을은 60여 년 전 한국군에 의해 피살된 마을이다. 고자이 마을은 물소가 수레를 끌고 진흙길을 힘겹게 오가는 전형적인 베트남 농촌마을이다. 마을 중앙에 위치한 위령탑에는 많은 희생자의 명단이 새겨져 있다. "1966년 2월 26일 남조선군이 미국의 명령 아래 380명을 살해했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그런가 하면 한국인과 베트남인 사이에서 태어나 베트남과 한국에서 외면당하고 현지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라이따이한들도 있다.

한국정부는 베트남정부와의 개선을 위해 맹호부대가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중부지역에 학교를 세워주기로 하고 현지 정부와 협의했다. 그런데 현지 정부는 주민들에게 한국에서 왔다는 얘기는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곳은 한국군의 참여로 많은 인명피해를 본 지역이기 때문이다. 학교 부지가 선정되고 공사가 시작되면서 많이 몰려들던 주민들은 한국인들이 학교를 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하나둘씩 나타나지 않았다. 관계자들은 주민들이 보복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런데 건물이 지어지면서 학생들이 한 명 두 명씩 몰려들었다. 어느덧 준공식 날이 됐다. 한국 측에서 경과보고를 한 후 학교 측에서 답사할 차례인데 어린 학생이 단상에 올라가서 하는 말이 "한국 사람들은 우리의 부모형제를 죽인 나쁜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세상을 보고 날아갈 수 있는 날개를 달아 주었다"고 답사를 했다. 얼마 후 주민들은 사망자들이 새겨진 위령탑을 자신들의 손으로 철거했다.

베트남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전쟁시 사망한 미군 유해를 스스로 발굴해 미국 정부에 송환했고 당시 캄보디아에 주둔하던 베트남군도 철수하는 등 베트남 정부가 미국 정부에 먼저 용서의 손을 내밀었다. 우리 정부도 베트남 정부와 수교한 이후 많은 기업이 베트남에서 사업하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약 16만 명의 한인들이 거주 중이다. 베트남 근로자는 이주노동자로 우리나라에서 근무하고 있고 많은 여성들이 결혼이민자로 입국했다.

한반도는 현재까지도 70년 넘게 분단 상태인데 이는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로 남북간의 긴장이 현재 진행형이다. 현재 세계는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일본을 비롯한 이웃나라들과 소원한 관계다. 성경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마태복음 22:39)’고 한다. 과거에 집착하는 정치를 청산하고 이웃나라와 관계를 하루빨리 정상화해 국민들이 미래 지향적인 삶을 누리도록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정치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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