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기 연수구선관위 사무국장
최형기 연수구선관위 사무국장

투표용지의 한 후보자란에 여러 번 기표하면 무효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효다. 지역구 투표용지의 경우 후보자별로 기호, 정당명, 성명, 기표란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어느 난에 기표를 하든 여러 번 중복해서 기표를 하든 한 후보자란에 기표를 했다면 모두 유효다. 다만 두 명 이상의 후보자란에 기표를 했거나 다른 후보자란에 기표 부분이 걸쳐 있으면 무효로 처리된다. 개표과정에서는 투표지의 기표란에 기표용구 모형이 정확히 찍히지 않고 원형의 일부분만 살짝 찍혀있는 투표지(일명 눈썹표)가 종종 발견된다. 이런 경우 선거관리위원회의 기표용구로 기표한 것이 명확하다고 판단되면 유효로 처리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무효로 처리한다.

개표사무를 담당했던 필자의 입장에서는 왜 이런 표가 나왔을까 하는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 이는 선거인이 투표과정에서 자신이 선택한 후보자에게 기표를 하는 과정에서 손 떨림 등에 의해 실수로 만년도장 형태로 제작된 기표용구의 기표봉이 다른 후보자란에 살짝 닿는 바람에 추가 기표를 포기했거나, 자신이 원하는 후보자란에 살짝 닿아 기표가 이뤄졌는데 한 번 더 기표를 하면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그대로 투표를 끝냈을 수도 있다. 아마도 후자가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에 대한 홍보와 함께 기표용구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공직선거법 제180조 제2항에는 ‘투표의 효력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선거인의 의사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돼 있다. 대법원의 판례(2019우5010 판결)를 살펴보면 ‘기표 부분의 원형이 4분의 1 정도 표시되었지만 원호의 끝부분이 약간 일그러진 기표에 대해 원형이 제대로 나타나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기표용구의 가운데에 있는 복(卜) 형태가 전혀 나타나 있지 아니하며, 윤곽이 현출된 길이가 매우 짧아서 그것이 제대로 날인되었더라면 형성되었을 원의 지름을 측정하거나 가늠할 수 없어 선거관리위원회의 기표용구를 사용하였는지 알 수 없고, 유권자의 투표의사도 명확하지 않다’고 보아 무효로 판단한 바 있다. 이와 함께 2 이상의 난에 기표를 하면 무효이지만 특정 후보자란에 선명하고 정확하게 기표가 되어 있는 투표지의 다른 후보자란에 있는 인육 자국이 전사된 것은 아니며 선명하지는 않지만 기표용구 원형의 일부로 보이기도 하는 투표지에 대해서는 선거인의 의사를 기준으로 유효로 판단했다.

이러한 사례를 살펴볼 때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투표소를 방문해 투표를 할 때 실수로 기표용구의 기표봉이 자신의 투표용지에 살짝 닿아 일명 눈썹표가 만들어졌을 때 한 번 더 정확하고 선명하게 자신이 원하는 후보자나 정당에 기표를 함으로써 자신의 의사를 투표용지에 확실하게 표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4·10 총선 개표는 수작업 개표업무를 추가해 진행한다. 투표지분류기로 1차 분류한 후 심사집계부로 옮겨 심사계수기를 통한 심사에 앞서 투표지의 유·무효를 사람의 손과 육안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2002년 도입된 투표지분류기는 기표가 정확한 투표지는 후보자나 정당별로 분류하고 그 외의 투표지는 재분류 대상으로 분류해 이를 심사집계부로 옮겨 심사하고 재분류 대상 투표지의 수작업 분류를 해왔다. 투표지분류기는 외부의 해킹 방지를 위해 통신장치를 장착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접근할 수 없다. 투표 과정과 투표 종료 후 투표함의 이동과 투표지의 보관 과정에는 정당과 후보자가 지정한 참관인 또는 정당추천위원 등의 참관이 보장되며 사전투표의 보관 장소는 24시간 CCTV로 촬영하고 이를 공개하고 있다.

그동안 개표는 개표참관인이 개표의 전 과정을 참관하는 상황에서 진행하였기 때문에 현장에서 공표된 개표상황표가 참관인과 언론 등을 통해 실시간 외부에 공개되고 인터넷을 통한 공개도 동시에 이뤄져 왔다. 그럼에도 수작업 개표에 대한 요구가 확산하자 이번 4·10 총선에서는 개표 전반에 대한 신뢰성 강화를 위해 심사집계부의 육안심사를 위한 수작업 인원을 확대해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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