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속담이 있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시대에는 5년이면 변한다고도 한다.

10년.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을 떠올리면 세월이 정말 쏜살같이 흘러갔다고 느끼지만,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긴 고통의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2014년 4월 15일 승객 476명을 태우고 인천을 출발한 세월호는 16일 오전 9시께 전남 진도 인근에서 침몰했다. 당시 제주로 수학여행 중이던 단원고 학생 250명과 교사 11명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그 후 10년이 흘렀다. 생때같은 자식을 가슴에 묻고 고통 속에 살아온 부모들에게 10년은 억겁의 시간으로 다가왔으리라.

세월호 참사 피해학생 학부모들은 자식을 잃은 황망함과 분노를 담아 국가에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끊임없이 물었다.

2022년 3월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은 당시 대선 후보들에게 세월호 관련 6대 과제에 대해 응답을 요청했고, 윤석열 후보만 유일하게 거부했다.

같은 해 9월 세월호를 비롯해 가습기살균제 등 사회적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조사했던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도 3년 9개월 동안의 활동을 마치고 결과를 발표했지만, 세월호 피해자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침몰 원인을 명확히 밝히지도 못했고 32건의 권고 조치에 그쳐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세월호 참사 책임을 물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들어선 문재인 정부 사참위도 흐지부지한 결과를 내놨고, 문 정권이 탄생시킨 윤석열 정권도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올해 2월에는 총선 뒤 방송 예정이던 세월호 10주기 다큐가 총선에 영향을 끼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방영이 무산되기도 했다.

10년 동안 정부와 사회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요구했지만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무관심과 냉대만이 돌아왔다.

지난 14일 참사 피해 가족들로 구성된 세월호참사 10주기 전국시민행진단은 인천시청 앞에 서서 10년째 외친 ‘진실, 책임, 안전, 생명’ 구호와 함께 시민들의 관심과 동참을 호소했다.

피해자 가족들이 원하는 바는 단순하다. 진실 규명과 되풀이되는 사회적 참사를 막는 일.

이들이 이렇게까지 관심과 동참을 바라는 까닭은 세월호가 사회에서 잊혀지는 순간, 정말로 자식들이 떠나간다고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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