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저녁 지인과 함께 방문한 카페에서 본 사람들은 혼자 또는 일행과 같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차분하면서도 부산스러운 분위기에서 눈에 띄는 게 있었다. 손님들 앞에 있는 음료였다. 1인 1메뉴 주문이 당연해서일까. 각 사람 앞에 하나 또는 두개까지도 음료가 놓인 모습이다. 대부분 시원한 음료를 시켰으며, 누군가는 빨대로 얼음을 휘휘 저으며 대화했다.

일부 카페는 자체적으로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날 방문한 카페 안에 놓인 음료에는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 있었다. 

또 누군가는 따뜻한 음료를 일회용 종이컵에 담아 매장에서 이용하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다. 환경부가 지난해 식당과 카페 매장 내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를 철회하고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계도 기간도 무기한 연장했기 때문이다. 해당 카페는 환경부 지침을 그대로 따랐으며, 그 모습을 지적할 타당한 이유도 없었다.

인천시가 공공기관의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는 조례를 개정하고 청사 내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한다. 환경부가 일회용품 관리 방안을 지자체에 자율적으로 맡겼기 때문이다. 이에 지자체는 탄소중립을 위해 자체적으로 일회용품 규제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규제와 지자체 차원의 규제는 분명 파급력과 시행력에서 차이가 날 텐데도 환경부는 한발 물러섰다.

환경부가 환경규제를 완화한 건 일회용품만이 아니다. 일회용컵 보증급제를 전국 시행에서 지자체 자율 시행으로 변경했고, 다음 달 시행 예정인 택배 과대 포장 규제도 2년간 연기하기로 했다. 앞서 해당 법을 개정한 뒤 업계가 준비하고 제도 시행을 해야 한다며 2년을 유예했는데, 이번에도 업계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이유로 2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해 또 미루는 모양새다.

이에 많은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환경부 홈페이지 소개글에는 ‘탄소중립 실현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환경부의 역할은 무엇일까. 어떤 정책이든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국민들과 한 약속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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