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휘 월드펫동물병원원장·부천시수의사회장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봄이 되면 추운 날씨로 잘 하지 못한 산책을 즐기려고 야외로 나가는 횟수가 증가한다. 그러나 풀밭 등에 진드기가 늘어나고, 그로 인한 질병 감염 가능성도 높아진다.

진드기로 인한 질병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SFTS)이다. 인수공통전염병으로 동물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옮기는 무서운 질병이다.

SFTS는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렸을 때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작은소참진드기는 우리나라 전역에 널리 퍼진 외부 기생충으로, 최근 동물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감염되는 사례가 증가한다고 한다. SFTS는 바이러스에 노출된 강아지 또는 사람을 통해서도 직접 감염될 수 있는 질병이다. 구토, 설사, 고열을 동반한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진드기를 통해 감염되는 질병 중 하나는 바베시아(babesia)가 있다. 바베시아는 혈액에 기생하는 기생충성 질병으로, 적혈구를 파괴해 극심한 용혈성 빈혈을 유발한다.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창백, 혈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하면 반려동물이 죽을 수 있는 질병이다.

이밖에도 아나플라즈마(Anaplasma), 렙토스피라(Lepospira), 라임병(Lyme disease) 같은 진드기 매개성 질병이 있다.

모든 질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강아지들의 진드기 매개성 질병을 예방하려면 외부 기생충 예방약을 미리 도포하거나 먹여야 한다. 동물병원에서 처방하는 약품은 ‘동물용 의약품’으로 약효가 검증된 제품들이다. 만약 ‘동물용 의약품’이라는 명시 없이 ‘진드기 기피제’라고만 적힌 제품은 진드기가 덜 붙게 하는 보조적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산책 후 꼼꼼히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풀밭 산책 시에는 반려동물 털 사이로 진드기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다리, 발, 배쪽에 진드기가 붙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 깊게 봐야 한다. 혹시 진드기에 물린 것을 확인했을 때는 반드시 동물병원에 내원해 검진을 받아야 한다.

위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진드기가 붙으면 바이러스, 기생충 등 질병이 몸에 감염될 수 있다. 진드기에 물리면 관련 증상이 즉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동물 체내에 들어와 잠복기를 거치고 난 후 임상 증상이 나타난다. 임상 증상이 발현하기 전 동물병원을 찾아 진단 받고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조기에 진단해 치료한다면 예후는 매우 좋다.

진드기 관련 질병은 분명 무섭다. 그리고 야외 산책 시 진드기에 물릴 확률은 높아진다.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진드기가 걱정돼 산책을 줄인다는 보호자들을 종종 본다. 좋은 선택이 아니다. 진드기 관련 질병은 충분히 조심할 수 있고 예방도 가능하다. 강아지들 산책은 정서와 발달에도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주인과 교감에 있어서도 친밀도를 높여 준다.

따뜻한 봄, 동물병원에 내원해 진드기 예방은 더욱 철저히 하면서 산책을 마음껏 즐기길 권한다.

<월드펫동물병원 홍석휘 원장·부천시수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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