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닙니다"라며 목청을 높인다. 꾸며 낸 화려한 말에 귀가 쫑긋하고, 평소 보기 힘든 불쇼와 차력쇼 같은 볼거리에 눈이 모인다.

떠돌아다니며 쌓은 내공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 까닭은 바로 ‘만병통치약’이다.

강한 자극 뒤 온갖 병을 다 고친다는 설명이 따라온다.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높아진다.

"애들은 가라!"라는 말에 아픈 곳은 전혀 없어 보이는 어린아이도 부모 손을 끌어당기며 사 달라고 졸라댄다.

화룡정점. "이 약 한 번 먹어 봐!"라는 말을 덧붙이니 너도나도 앞장서 약을 사들인다.

약장수라 불리는 이들은 스스로 고개를 끄덕일 만큼 약을 팔아치우면 홀연히 마을을 떠났다.

그들이 다녀간 뒤 뚜렷하게 약효를 본 사람은 없다. 그 약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하는 흔하디흔한 영양제면 다행이다.

환 모양으로 만들어진 찹쌀 반죽 덩어리라는 소문만 무성하다. 하나 따져 물을 이는 떠난 지 오래다.

약장수는 2024년에도 활발하게 활동한다. 대신 시대 흐름에 맞춰 약이 아닌 유튜브에서 가짜 뉴스를 판다.

진화한 약장수를 사이버렉카라고 부른다. 활동 방식이 교통사고가 나자마자 현장에 몰려드는 견인차(렉카)와 같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이들은 가십거리가 생기면 발 빠르게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어 조회 수를 올리고 그 가운데 수익을 창출한다.

문제는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과장해 꾸며 내거나 악의로 자극적으로 편집한 허위 정보를 뿌린다.

지난달 아시안컵에 출전한 이강인·손흥민 선수의 마찰이 알려진 뒤 사이버렉카들은 두 선수를 대상으로 끝없이 가짜 뉴스를 만들었다.

동영상 콘텐츠 맥락을 분석하는 인공지능 기업인 ‘파일러’가 이 선수 관련 가짜 뉴스 콘텐츠로 감지한 영상은 모두 361개로 파악했다. 이 영상들의 조회 수는 무려 6천940만8천99회로, 조회 수 기반으로 추정한 수익이 약 7억 원 정도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튜브에 올라오는 가짜 뉴스는 정교하게 꾸며진다. 하지만 규제가 쉽지 않은 해외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적절한 제재 없이 방치된다.

이에 가짜 뉴스를 구별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연령층을 아우르며 이뤄진다.

"어디서 약을 파냐"며 코웃음 치는 효과를 기대하는 한편, 가짜를 솎아내는 몫은 어디인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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