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가 27조 원을 넘어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보도다. 가계수입은 줄어들고 국가경제는 불황 속에 허덕이지만 사교육비 지출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천억 원으로 2022년 26조 원에 비해 4.5% 증가했다. 2021년 23조4천억 원을 기록한 후 3년 연속 증가세다. 사교육 참여율도 78.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43만4천 원으로 전년보다 5.8% 증가했다. 실제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만 놓고 보면 1인당 사교육비는 55만3천 원으로 늘어난다. 특히 가구 소득에 따라 사교육비 지출 차이가 컸는데,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교육현장에도 그대로 반영돼 교육 양극화 해소는 시급한 사안이다. 

그동안 정부도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시행했지만 잡히기는커녕 도리어 매년 증가 폭을 키웠다. 오히려 교육당국의 입시정책 변화에 따라 사교육 시장이 요동 치지만 잡을 만한 뾰족한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유는 모든 대책이 근본적 해결책과는 거리가 먼 탓이다. 

학벌로 인한 임금 차별이 이뤄지는 우리 사회에서 입시경쟁을 가속화시키는 현재의 교육정책이 지속되는 한 제대로 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나오기는 어렵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별이 존재하고, 그것을 결정하는 근거가 학벌이 되는 사회에서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건 공염불일 뿐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는 학벌로 인한 임금 차별과 불안정한 일자리, 청년실업에 대한 대안을 만들기 위한 국가 차원의 모색이 시급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는 이에 대한 언급을 찾기 어렵다. 

지금의 대학입시 경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어떤 대책도 현재의 사교육 팽창을 막을 수 없다. 그동안 정부가 펴 온 대책은 사교육을 학교교육으로 흡수해 사교육 시장 팽창을 막아 보자는 데 급급했다고 볼 수 있다.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명분으로 학교에까지 사교육 역할을 떠안기는 것은 공교육의 정체성마저 흔들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입시경쟁을 완화하고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킬 대책이 요구된다.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당국의 공교육 내실화 정책 마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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