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A씨는 최근 지역 병원에서 뇌출혈이 의심되니 큰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으라는 소견을 받았다. 하지만 대학병원 2곳에서 "전공의 부족으로 검사와 수술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한시가 급해 발만 동동 구르던 A씨는 다행히 경기지역 병원 예약이 잡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해부터 대학병원에서 신장 치료를 받던 40대 B씨는 상황이 나빠져 응급투석을 할 처지가 됐다. 하지만 치료 중이던 대학병원의 응급투석 예약을 잡지 못해 지역 종합병원으로 옮겼다.

B씨는 "전공의와 교수가 없어 치료받던 대학병원에서는 예약이 안 된다"며 "상태가 더 나빠지면 어찌해야 할지 벌써부터 두렵다"고 했다.

이처럼 전공의에 이어 의대 병원 교수들까지 집단 사직에 돌입하자 환자들이 두려움에 떤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가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을 결정하자 25일부터 자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이달 초 의결했다.

아주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전체 교수 400여 명을 대상으로 사직서를 받아 일괄 제출할 계획이다.

또 전임 교수 155명 중 90명 이상이 25일을 기점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순천향대 의대를 비롯해 가톨릭대, 성균관대 등 전국 40여 개 의대 교수들이 이에 동참한다.

의대 교수들은 집단 사직 시점에 맞춰 입원 진료와 수술 등 근무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이고, 다음 달부터는 외래 진료도 최소화한다.

한 달에 한 번씩 검진을 받으려고 어머니와 도내 대학병원을 찾는 50대 여성 조모 씨는 "몇 달 전부터 요양원에 있는 어머니가 하혈을 해 정기 검진을 받는다"며 "나이도 많아 수술까지 받아야 한다 하면 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지난해 유방암 진단을 받아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병원을 찾지 못한다"와 같은 수술을 앞둔 환자들의 걱정 담긴 글이 올라온다.

도내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담당 교수들이 25일부터 얼마나 사직서를 제출할지 아직 알 수 없다"며 "외부 인력을 충원해서라도 의료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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