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결대 외래교수 김영림

 
아마존 강 유역에 살고 있는 인디언들이 쏜 화살에 동물들은 거의 다 이내 죽고 만다. 그것은 화살촉에는 큐라레(curare) 약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이 약은 근육을 마비시키는 성분이 함유돼 있어서 오늘날 수술을 하기 쉽도록 하는 데 큰 공헌을 한 마취약의 기원이 됐다. 이처럼 약은 독이 되는 경우가 있으며 독이 약이 되는 경우도 있다.
 
약은 인류생활에 있어 함께 발달해온 것으로서 질병을 퇴치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데 필요한 물질로서 현대의약은 놀랄 만한 발전이 거듭되고 있으나, 여전히 약에 대한 독성은 심각하다. 그것은 모든 약이란 약과 독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며 적당량을 투약하지 못하거나 남용해 버리면 약의 효과와 기능은 오히려 인체조직과 장기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이는 좋은 약이란 있을 수 없으며,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약은 우리 삶에 있어 필요악이며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서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하지만 어떠한 약을 복용하든 간에 주의사항이나 부작용 등에 대한 이해와 신중함이 요구된다.
 
근래 의료보험공단에서 `소비자의 항생제 인지도 조사지'라는 설문지를 보내온 바가 있다. 의보공단이 병의원에서 항생제 남용으로 인해 심각한 적자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려진 일이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항생제 남용의 일등국가로 지목돼 있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은 약을 좋아하는 국민일 뿐만 아니라 의사 또한 당연한 일처럼 내원환자들이 요구만 해도 약 처방을 손쉽게 내 준다.
 
약국에서 진열된 감기약 종류만 보더라도 해열진통제, 거담제, 항히스타민제, 항 신경안정제 등 성분은 일정하나 제약회사마다 약의 함량에 다르게 제조되며 알약(정제)과 물약, 좌약 등이 무수히 진열돼 있다. 감기약만 하더라도 사실은 감기에는 근본적인 치료약이 없고 대중요법만이 있을 뿐인데 그럼에도 약이 의존하려는 묘한 심리를 우리 국민들은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약은 병을 고치는 것은 아니다. 건강이란 약으로 보장받을 수 없다. 병을 고치려면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야만 한다. 나아가 충분한 영양공급과 규칙적인 운동과 과로를 피하면 자연치유력에 의해 병을 제압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약은 자연치유력을 도와주는 조력자에 불과함을 이해해야 한다.
 
우선 항생물질을 살펴보면 인간을 괴롭혀 온 세균감염과 질병을 치료함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약이다. 1929년 플레밍에 의해 발견된 페니실린을 비롯해 지금까지 발견된 항생제는 6천여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약으로 사용되는 것은 100종에 지나지 않는다. 대개 항생물질은 질병치료에 사용하기도 하지만 동물들이나 물고기 성장에 있어 세균증식을 억제해 성장 촉진제로 사용되거나 혹은 병충해를 사멸하기 위해 농약으로 사용하기도 하며, 식품들의 신선도를 높이기 위해 항생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항생제를 사용함으로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쓸수록 함량이 늘어나 약제 내성화로 인해 질병치료에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감기약과 진통제에 많이 함유돼 있는 아스피린도 보면 통증을 없애고 열을 내리는 데 좋은 약이나 위의 점막을 자극해 출혈의 원인을 가져오며 신장기능을 망가지게 할 수 있으며, 산모가 상시 복용하게 되면 기형아를 낳는 심각한 부작용도 초래하게 된다. 그래서 12세 미만의 어린이에게는 아스피린 투여를 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밖에도 수면제를 비롯해 피임약, 호르몬제 등은 장기적으로 복용하게 되면 일시적인 효과가 있다고 할지라도 사소한 부작용에서부터 암을 비롯한 간장이나 신장기능에 치명적인 장애를 유발케 하며, 약물중독현상을 낳게 된다. 특히 마약인 아편과 모르핀, 코카인, 헤로인, 마리화나 등은 진통제나 신경안정제로서 약리효과가 뛰어나지만 반복 사용할 경우에는 식욕감퇴나 체중감소, 불면증과 소화불량, 환각증상을 비롯한 정신질환으로 종래에는 폐인이 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약과 주사는 염증치료나 수술, 질병치료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 약을 사용할 때 부작용을 최대한으로 억제하기 위해 의사에 의한 처방이 필요하다. 그보다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과 안정, 적당한 운동과 영양공급이 필요하듯이 우리 몸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 수 없다.
 
(다음은 기호품과 건강, formkim@freechal.com)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