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사과를 먹는다. 아니, 먹었다. 서론이 과거형으로 바뀐 건 최근 사과값이 폭등한 탓에 선뜻 장바구니에 담기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보다 3.1% 상승했다. 주된 원인은 신선식품이 20%나 올랐고, 사과는 지난해보다 70% 이상 급등했다.

지난해 평년보다 높은 이상기온에 사과꽃이 일찍 개화했다가 꽃샘추위에 냉해로 다 떨어졌다. 여기에 계속된 서리, 집중호우 등 기상 악화와 이상기후에다 병충해까지 겹치면서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사과 대란이 일어났다.

사과뿐만 아니라 귤, 토마토, 딸기와 함께 각종 채솟값이 동반 상승해 물가를 끌어올렸다.

최근 정부는 가격이 급등한 과일의 대체를 위한 수입 과일·농산물, 가공식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고, 농축산물 긴급 가격안정자금을 투입하면서 다소 물가가 진정됐다.

그러나 여전히 가격 하락 체감이 안 된다는 소비자 반응과 정부의 현금성 지원은 일시적 효과일 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사과 대란을 통해 농산물 수출입이 상상 이상으로 까다롭다는 사실을 알았다.

외국 사과를 수입하려면 총 8단계의 검역을 거쳐야 한다. 

병충해가 딸려 올 위험이 있어 수개월이 걸리는 검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평균 8.1년이나 걸리니 당장 수입 구조를 다변화하기 힘들다.

더구나 수입 허가가 나면 국내 농가가 수입품과 가격 경쟁에 밀려 큰 피해를 입는 상황에 놓일 우려가 있다.

과거 쌀과 소고기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몸살을 앓았다. 당시 미국의 수입 압박과 농민 생존권 사수를 두고 극심한 진통을 겪을 만큼 농산물 수입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농수산물 가격 폭등 원인 중 손대기 힘든 이상기후를 제외한 농가 생산 관리, 복잡한 유통구조 개선, 정책적 농가 지원에 세심한 정부의 관리가 필요하다.

전 세계가 반도체·전기차·인공지능 등 첨단산업을 키우며 경쟁하고, 우리도 이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으려 많은 투자와 연구를 거듭한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 먹거리는 이런 첨단산업이 만들어 내는 가치 이상으로 중요하다. 당장 식량이 부족하다면 좋은 집과 멋진 차가 무슨 소용인가? 

재배농가 확대, 기후변화에 대처 가능한 품종 개발 등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농산물 공급 관리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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