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우 보건학 박사
한현우 보건학 박사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 건강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보건의료인력자원 확보다. 따라서 적정 수준의 의료인력 유지는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의사인력 기획에서 가장 어려운 과정이 수요추계다. 의료수요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요인들을 계량화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즉, 시대에 따른 질병 양상의 변화, 경제·사회적 변화는 불확실하므로 수요를 추계하기란 쉽지 않다. 의료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는 인구 증가와 노령화 현상, 경제발전, 소득수준 향상, 교육·의식수준 향상, 질병 양상의 변화, 과학기술 발전, 각종 사회보장제도 도입을 들 수 있다

의료법에서 정한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을 말한다. 필수의료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 외상, 감염, 분만 등 필수불가결한 의료서비스를 의미하며 주로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정신과 등을 말한다. 필수의료가 우리 삶에 있어 꼭 필요한 요소임에도 의료수급 불균형으로 최근 필수의료 공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며 의료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의사 수급은 의사생산성 가정에 따라 달라지지만, 어떤 시나리오를 선택할 것인가는 궁극적으로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 

즉, 의사의 생산성은 현재보다 높게 채택하는지 혹은 낮게 채택하는지는 보험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 정책에 달렸다. 의사수요는 의사 1인당 생산성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OECD 국가들과 비교를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 OECD(2023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국 의사 1인당 진료 건수는 6천113명으로 OECD 32개국 중 가장 많다. OECD 평균인 1천788명과 비교해도 3.4배나 많으며, 2번째로 많은 일본(4천288명)보다 1천800여 명이나 많다.

우리나라는 경제수준과 국민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의료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향후 의사인력 공급의 정책 방향을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이나 OECD 국가 평균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방향과 목표가 설정된다면 우리나라 의사인력 공급은 증가시켜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이 경우 우리나라의 의료이용과 의료공급 형태에 영향을 미치는 의료공급체계와 지불보상제도 등 의료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른다.

정부의 정책이 국민의 높아지는 의료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설정된다면 향후 의사 1인당 환자 수, 즉 의사의 생산성은 낮아질 것이며 이는 의사 수요를 증가시키게 될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향후 의료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의료전달체계 개편, 포괄수가제 확대 등 지불보상제도 변경, 양·한방 의료체계 확대 등의 고려가 필요하다.

의사인력 불균형의 심각성을 보면 첫째, 지역별 불균형이다. 대도시는 특히 의사 수가 많다. 지역별 의료이용통계연보(2022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는 서울시가 4.6명으로 가장 많고, 강원도는 1.9명으로 가장 적다.

둘째, 진료과목별 불균형이다. 결혼 기피와 소아인구 감소, 전공의 감소로 소아과·산부인과 지원 의사 수가 감소하고, 낮은 수입과 수술난이도 등으로 외과·흉부외과 의사가 줄어든다.

셋째, 노령화 심화로 인해 의료수요가 증가한다. 과거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세대에 접어듦에 따라 노인층의 의료수요가 급증했다.

정부는 과거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 한지의사 면허제도를 도입해 허가받은 지역에서 제한된 지역과 기간 동안 의료업무에 종사하도록 했다. 현재 대도시에 인구가 밀집되고, 진료과목별로 불균형하며 의료수요가 급증하는 등 의료 수요공급 문제를 해결하려면 과거에 도입했던 한지의사 제도를 참고해 허가제한구역에서만 진료하는 의사인력을 양성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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