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나타났다, 늑대!" 

양치기 소년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 소리에 마을 사람들은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달려왔지만 낄낄거리며 웃는 소년을 보자 이내 속았음을 깨닫고 발길을 돌렸다.

몇 번 더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이 이어지자 마을 사람들은 소년의 외침에 콧방귀도 뀌지 않았고, 진짜 늑대가 나타나자 소년은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해 양을 모두 잃었다.

전래동화 양치기 소년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로, 반복된 거짓말은 결국 신뢰를 잃고 큰코다친다는 교훈을 전한다.

인천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수산물 시장인 소래포구가 양치기 소년이 될 위기에 처했다.

1930년 후반 일제강점기 때 양질의 소금을 수탈하려고 철도가 놓이며 시작된 아픈 과거를 지닌 소래포구는 해방 뒤에는 실향민들이 모여 새우·꽃게와 젓갈을 수인선을 이용해 내다팔며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인터넷 검색 창에 소래포구를 치면 바가지와 호객행위 등 부정적인 게시물로 도배됐다.

이런 논란은 2000년대 중반부터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지난해 초여름 꽃게 바꿔치기 논란이 터지자 소래포구 전통어시장 상인회와 인천수협 소래어촌계, 소래 영남어시장 등 상인 100여 명이 자정대회를 열고 큰절 사과를 했다.

그러나 며칠 뒤 그 말을 믿고 꽃게를 사러 간 시민이 다리 없는 꽃게를 받아 든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자 일파만파 퍼지며 소래포구 이미지는 곤두박질쳤다.

신뢰도가 떨어지는 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까지 막말 논란, 37만 원 대게 논란, 눈속임 저울 적발 등 끊이지 않고 터졌다.

그때마다 상인들은 일부가 벌인 짓이고, 대다수 상인들은 양심적으로 장사하는 선량한 상인들이라고 항변했지만 이미 일부가 벌인 짓이 소래포구를 대변해 버리고 말았다.

지난달 말까지 소래포구는 무료 회 나눔 행사를 벌이며 다시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준비한 물량이 일찌감치 동이 나 제공량을 늘리는 등 시민들 호응도 높다. 이번이 양치기 소년처럼 되지 않을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그 ‘거짓말’을 한 번 더 믿어 주기로 할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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