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순 서울기독대학교 겸임교수
이상순 서울기독대학교 겸임교수

봄이면 집 안에 화분을 들여놓기도 하고, 화원을 방문해 꽃을 사서 장식하며 추웠던 겨울에서 벗어나는 기분 전환을 한다. 

예전부터 봄의 시작을 알리는 공연으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가 무대에 올랐다. 특히 1막에 나오는 주인공 비올레타와 알프레도의 첫 만남이 시작되는 파티 장면의 ‘축배의 노래’는 클래식을 모르는 일반인에게도 알려진 음악이다.

‘라 트라비아타’는 이탈리아 밀라노 출신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G.Verdi, 1873~1901)의 작품으로 1948년 한국에서 공연된 첫 오페라이며, 당시 일본식 명칭 ‘춘희(椿姬)’로 소개돼 최근까지도 ‘춘희’, ‘라 트라비아타’ 또는 오페라 모태가 된 소설 원작 제목인 ‘동백꽃 여인’으로 혼용돼 불린다.

‘라 트라비아타’는 우리말로 직역하면 ‘길을 잃은 여인’, ‘타락한 여인’이라는 뜻으로 코르티잔(부유층을 상대하는 고급 매춘부)이었던 여주인공 비올레타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오페라 원작인 ‘동백꽃 여인’은 19세기 프랑스 소설가이자 극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작품으로, 동백꽃을 항상 가슴에 달고 다니던 한 여인의 비극적 사랑을 담은 소설이다.

1852년 2월 파리 사교계를 휩쓸었던 코르티잔 마리 뒤플레시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가 그녀의 우아한 매력에 반해 「동백꽃 여인(La Dame aux Camelias)」이란 소설을 발표했고, 이 작품은 희곡으로도 각색돼 파리의 연극 무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작곡가 베르디는 12년 전 아내와 아들, 딸을 3년 사이에 모두를 잃고 절망적인 상태에서 소프라노 가수인 주제피나 스트레포니와 새로운 사랑을 이뤘으나 주변 사람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그녀는 여러 유명 인사들과의 은밀한 관계로 세 명의 아이를 낳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르디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고향 부세토 근처에 전원주택을 마련해 12년간 그녀와 동거했다.

1852년 베르디가 이 연극을 보게 됐고, 자신이 처한 상황과 흡사해 감명을 받아 오페라를 만들었다.

‘라 트라비아타’의 주인공인 시골 출신 청년 알프레도와 고급 창녀인 비올레타와의 슬픈 사랑 이야기는 베르디 자신의 이야기였다. 베르디는 진정한 사랑이 사회 통념상 이뤄질 수 없었던 당시 사회의 편견과 모순을 고발하고 싶었던 것이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서 비올레타는 화류계 여성이지만 누구보다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당당하며 품위 있는 태도를 지녔다.

둘은 사람들을 피해 파리 근교에서 행복한 동거 생활을 했지만 알프레도의 아버지인 제르몽이 비올레타를 찾아와 헤어짐을 강요하고, 비올레타는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이별을 택한다.

알프레도는 배신당했다고 오해해 그녀를 모욕했지만, 뒤늦게 제르몽에게서 이별의 전말을 듣고 그녀를 찾아가 용서를 구한다. 하지만 이미 비올레타의 병은 깊어져 죽음으로 이별을 하게 된다는 비극적인 내용이다.

비올레타의 3막에서의 마지막 아리아 ‘Addio del passato(지난날이여 안녕)’의 가사인 "내 무덤에는 울어 줄 사람도, 꽃 한 송이도 없겠지. 신이여, 타락한 이 여자에게 미소를 허락해 주세요"는 코르티잔으로서 가장 가슴 아픈 고백이다.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가장 잘 불렀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아리아를 꽃잎이 흐드러진 화려한 봄날에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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