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이 가열되면서 지역 민심을 들썩일 만한 공약들이 쏟아져 나온다. 바이오클러스터 개발 공약도 단골 메뉴 중 하나다. 그럴 수밖에 없다. 클러스터 형성을 위해서는 연구개발 투자와 지원, 사업화 기반 조성 등 정부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마디로 ‘지역 발전이 최대 관심사인 지자체’와 ‘표를 간절히 원하는 정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꽃놀이패라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오송 바이오 클러스터를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는 MIT와 하버드대를 비롯해 연구소, 병원 그리고 1천 개 이상 기업이 군집한 세계적인 바이오산업 단지다. 코로나 백신을 공급한 모더나와 화이자로 더 유명해졌다. 윤 대통령도 지난해 방미 당시 이곳을 찾은 바 있다. 바이오산업은 성공 가능성이 낮아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전문 인력이 모여 상호 협력하고 인프라를 공유하며 경쟁력을 높이는 클러스터 형태로 진화했다. 이런 환경이 뒷받침됐기에 창업기업들이 연구개발·특허·투자·생산·인허가 등에서 파트너십을 통해 성장했다.

현재 인천을 필두로 경기, 전북 등 여러 광역단체에서도 바이오 클러스터 유치·개발에 심혈을 기울인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선 경쟁력 있는 다수 바이오 클러스터가 조성돼야 한다. 바이오 클러스터는 핵심 역량에 따라 메디컬, 제약·신약, 바이오벤처, 의료장비, 진단기기 등 다양한 분야로 발전한다. 미국도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만 있는 게 아니다. 더 규모가 큰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산호세 클러스터를 비롯해 뉴욕, 샌디에이고 등 9개 바이오 클러스터가 존재한다. 

우리도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우수한 연구개발 역량과 정부 지원을 활용해 산·학·연·병이 집적된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해 가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성공 열쇠를 구비하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다. 연구 성과를 상업화로 연결하는 능력이 그것이다. 바이오산업이 클러스터 형태로 존재하는 목적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영혼 없는 묻지 마 투자보다는 부가가치 체인에 연계된 주체들을 효율적으로 집적시키면서 다국적 기업 유치와 벤처기업 창출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인천과 경기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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